[한경 Better life] 인원·액수·대상·목표 수익률까지…투자자 입맛대로 '콕 집어' 돈 굴려
“금(金)에다 투자하고 싶은데 가격 하락이 걱정스러우니 98% 수준으로 원금보장되는 상품을 만들어 주세요.”

“연이율 7% 수준의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한 하이닉스 외화표시 채권에 투자하고 싶은데요.”

펀드매니저들의 대화가 아니라 최근 투자자의 요청에 따라 출시된 ‘사모펀드’ 사례들이다. 사모펀드라고 하면 왠지 어렵고 복잡하다는 느낌을 갖기 쉽지만 다분히 오해하고 있는 부분들이다. 사모펀드는 오히려 ‘투자자의 특성에 맞춘 구체적인 상품’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아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생소해 하는 사모펀드에 대해 알아본다.

◆49인 이하로만 구성

우선 사모펀드의 정체(?)가 무엇인지부터 시작해 보자. 펀드는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식에 따라 둘로 나뉜다. 인원 제한 없이 수천에서 수만명의 불특정 다수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공모펀드가 있다. 우리들에게 익숙한 주식형 펀드나 적립식 펀드 등은 모두 공모펀드인 셈이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인 특정 인원 이하로만 투자자를 구성하는 사모펀드가 있다. 투자자의 인원 수가 49명 이하로 제한되다 보니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와 다른 특징들이 많이 나타난다.

먼저 특정한 투자전략이나 특정한 구조의 펀드를 희망하는 소수 투자자들을 위한 맞춤식 상품이 가능하다. 펀드당 투자자 수도 2명부터 가능하기 때문에 꼭 49명을 채울 필요가 없다. 금융회사가 투자자의 니즈를 감안해 상품을 제안하기도 하지만 거꾸로 투자자가 본인이 희망하는 상품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이 글의 처음에 소개한 ‘98% 원금보장 형태의 금(金) 투자상품’처럼 말이다.

이처럼 공모펀드가 불특정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기에 기성품 중 내게 가장 어울릴 옷을 고르는 형태라면 사모펀드는 아예 처음부터 내 스타일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요구해 수작업으로 만드는 맞춤식 옷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이 사모펀드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것이다.

물론 투자자가 요청하는 사안이라도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든지, 투자자를 지나치게 고위험에 노출시킬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상품 출시가 거부되기도 한다. 투자자 보호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신속하고 다양한 투자

사모펀드의 또 다른 특징은 신속성과 다양성이다. 이 또한 몸집이 가벼운 사모펀드이기에 가능한 부분이다. 사모펀드의 경우 상품 기획에서 출시까지 과정이 공모펀드에 비해 짧고 간소화돼 있다. 그만큼 시장 상황에 맞는 순발력있는 상품 출시가 가능하다. 투자자의 요청부터 상품이 나오기까지 짧게는 3~4일이면 가능하다. 시장 상황이 급박하게 움직여 신속한 대응을 하고자 할 때 특히 유리하다. 신속성의 강점을 살려 기대수익률 등 상품 조건을 좀 더 유리하게 구성할 수 있어 상품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상품 다양성도 마찬가지다. 투자자의 니즈를 반영해 만들어지는 사모펀드이기에 다양한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여러 형태의 상품을 만들 수 있다. 공모펀드에 적용하는 동일 종목 증권에 대한 투자제한 한도도 사모펀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일부 공격적인 투자자에게 맞는 고위험 고수익 사모펀드를 비롯해 원금보존 추구나 ‘예금금리+α’ 수준의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를 위한 상품까지 다양한 형태의 상품이 나타날 수 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점은 프라이빗뱅크(PB) 고객용 사모펀드는 고객 니즈를 반영한 안전성 높은 사모펀드 비중이 더 높다는 것이다. PB를 통한 사모펀드 투자는 흔히 위험한 투자나 묻지마식 투자로 오해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고위험 투자와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사모펀드 광고는 금지

사모펀드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모펀드이기에 공모펀드와 다른 제약 사항도 존재한다. 우선 투자자 수가 한정돼 있고 운용할 수 있는 일정 수준의 자금이 모여야 펀드를 만들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사모펀드의 최소 가입 금액은 공모펀드보다 훨씬 많다.

상품에 따라 다르지만 예를 들어 사모펀드의 최소 모집금액을 50억원으로 정한 경우라면 49명의 투자자를 기준으로 투자자 1명당 적어도 1억원 이상 가입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가입금액에 큰 제약을 두지 않는 공모펀드에 비하면 가장 큰 장애물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사모펀드는 부득이 기관투자자나 거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PB 고객용 맞춤식 상품으로 주로 출시되곤 한다.

사모펀드가 사람들에게 낯선 또 다른 이유는 공모펀드와 달리 다수를 대상으로 한 광고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광고 금지 조항에 따라 신문이나 방송 혹은 우편을 통한 사모펀드 상품안내 광고가 나올 수 없다. 금융회사 객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상품안내 포스터 게시 등을 할 수 없어 상품 소개를 받을 가능성이 그만큼 낮다. 이로 인해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로만 제한하는 PB 고객용 특화 상품의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자기 입맛에 맞는 상품을 찾기보다 ‘만든다’는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특징이다. 지금도 수많은 사모펀드가 일반 투자자들 모르게 만들어지고 있다.

◆PB 등과 충분한 의견교환 필수

사모펀드 상품은 신속하게 나온다. 그만큼 마감이 빠르다는 의미다. 모집이 끝난 펀드에는 더 이상 투자자로 참여할 수 없다. 짧게 모집하고는 금방 마감하기 때문에 상시 열려 있는 공모펀드에 비해 자유롭게 가입할 수 없다는 제약이 따른다.

[한경 Better life] 인원·액수·대상·목표 수익률까지…투자자 입맛대로 '콕 집어' 돈 굴려
이처럼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에 비해 맞춤식 특화 상품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를 갖는다. 따라서 자신에게 잘 맞는 투자상품을 원하는 투자자라면 사모펀드를 활용하는 게 유리하다. 다만 투자자와 자산관리를 담당하는 PB팀장과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평소 PB센터 거래 등을 통해 자산관리 전담팀장을 두고 충분히 의견 교환을 한 뒤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한상언 < 신한은행 PB고객부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팀장(CFR) Hans03@shinh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