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 원자재 펀드 가입하면 신흥국·선진국·안전자산 '동시 투자' 효과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던 글로벌 증시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투자자산에 대한 관심도 서서히 늘고 있다. 유럽발 재정위기와 같은 증시 하락기는 투자자들에게 가장 힘든 시기다. 반면 하락기 이후 강한 반등이 나온다는 점에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반등기에 대비해 주목할 만한 금융상품은 어떤 게 있을까. 일반적으로 증시 반등 초기에 가장 큰 상승 탄력성을 보이는 것은 신흥국 주식과 원자재다.

상당수 프라이빗뱅킹(PB) 투자자들은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신흥국 펀드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원자재 펀드의 경우 매우 위험하다는 인식과 생소함 탓에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원자재 지수를 살펴보면 변동성이 심할 것이란 일반적인 우려와 달리 개별 신흥국 증시보다 더 안정적인 수익률을 시현해 왔다. 증시 상승기의 상승 탄력성도 일반 신흥국 대비 우수한 경우가 많았다. 향후 증시가 반등할 때 매력적인 투자자산을 찾는 투자자라면 이번 기회에 원자재 펀드에 눈을 돌려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한경 Better life] 원자재 펀드 가입하면 신흥국·선진국·안전자산 '동시 투자' 효과

◆투자범위 넓지만 경기에 민감

흔히 원자재라고 하면 철강 구리 등 산업용 원자재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원자재란 기초금속뿐만 아니라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옥수수 대두 등 농산물, 그리고 금을 비롯한 귀금속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똑같은 원자재 투자라고 해도 투자자 성향에 따라 경기 민감도가 높은 기초금속을 선택할 수도 있고 반대로 안전자산인 금을 선택할 수도 있다. 같은 원자재라도 현물 선물 펀드 등 다양한 투자자산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투자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이 특징이다.

원자재에 대한 또 다른 오해는 원자재 투자가 위험하다는 인식이다. 투기적 수요가 많은 원자재의 특성상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원자재별 상관관계가 상대적으로 작아 원자재에 투자하는 것만으로도 큰 분산투자 효과를 낼 수 있다.

특히 기초금속의 경우 신흥국, 에너지의 경우 선진국 주식시장과 각각 밀접하게 움직이고 있다. 반면 금은 시장의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질수록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원자재에 투자하는 것만으로도 선진국과 신흥국, 그리고 안전자산에 동시에 투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2000년 이후 연도별 개별국 증시 수익률과 대표적 원자재 지수인 로저스국제상품지수(RICI)의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개별국 증시는 순위 변동이 큰 반면 원자재 지수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시현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원자재에 대한 속설 중 ‘원자재가 경기에 민감하다’는 말은 사실이다. 공급이 제한돼 있는 원자재의 특성상 수요가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 경기가 침체되면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원자재 가격이 크게 하락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나 최근 원자재 가격이 개별국 증시 대비 크게 하락한 것도 이 같은 원인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경기 회복기에는 각국의 산업생산 증가에 앞서 원자재 수요가 늘어나게 마련이다. 원자재 가격이 좀 더 빠르게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원자재 가격 상승은 일종의 경기 회복 신호로 볼 수 있다. 특히 산업용 원자재로 많이 쓰이는 기초금속의 경기 민감도가 가장 높다. 경기 반등 때 높은 성과가 기대되는 분야다.

◆펀드투자가 쉽지만 원칙 지켜야

그렇다면 원자재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양한 원자재 종류만큼 투자 방식도 여러 가지다.

우선 가장 직접적인 방식은 현물, 즉 원자재 자체를 보유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집에 골드바(gold bar)를 사두는 식의 투자가 현물투자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원자재는 거래 단위가 클 뿐 아니라 보관 및 운반 비용이 많이 든다. 개인 투자자의 경우 현물 투자를 거의 하기 어려운 배경이다.

다음으로는 원자재 선물에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 대부분 선물이 해외 거래소에서 거래된다. 매매가 용이하지 않다.

최근에는 이런 원자재 투자의 번거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원자재 관련 금융상품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펀드를 비롯해 원자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과 원자재 랩 등이 출시됐다. 금과 서부텍사스 중질유(WTI) 선물을 주식처럼 거래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나왔다.

이 중에서 개인 투자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금융상품은 뭐니뭐니 해도 원자재 펀드다. 원자재 펀드는 크게 원자재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와 원자재 선물에 투자하는 펀드로 나눌 수 있다.

주식형 펀드의 경우 해당 기업이 상장된 국가의 증시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다른 투자 자산과의 분산투자 효과가 떨어진다. 하지만 증시 상승기에 선물 가격의 상승률 대비 높은 수익률을 보이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우리은행에서 판매하는 원자재 펀드는 총 4가지다. 모두 주식형 펀드다. 이 중 JP모간천연자원증권자(주식)와 우리글로벌천연자원증권1(주식)은 기초금속 금 에너지에 분산투자하고 있다. 블랙록월드광업주증권자H(주식)는 기초금속에, 우리퓨쳐에너지증권(주식)은 신재생에너지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칙을 지키는 투자만이 장기적인 수익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이다. 모든 상품에는 장점과 단점이 상존한다. 각광받는 인기 상품들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들해지거나 기대 수익을 가져다 주지 못했던 경험을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한경 Better life] 원자재 펀드 가입하면 신흥국·선진국·안전자산 '동시 투자' 효과
그렇다면 어떤 원칙을 가져야 할까. 첫째는 자금 목적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이다. 둘째는 위험자산 및 안전자산의 분산이다. 마지막으로 적립식 분할 투자다. 원자재 펀드와 같은 리스크를 수반한 주식형 상품의 경우 위험 분산과 수익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 상품을 선택하기 전에 이런 원칙들을 반드시 되새겨야 한다.

정선홍 < 우리은행 대치역지점 PB 부지점장 hvjsh@wooribank.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