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日증권사의 K팝 투자설명회
"우리는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최근 만난 외국계 증권사 뉴욕 법인의 주식영업 담당 직원은 무릎을 쳤다고 했다. 지난달 23일 대표 한류기업 SM엔터테인먼트가 뉴욕 메디슨스퀘어가든에서 소속 가수들의 콘서트를 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 직원은 그저 말로만 듣던 소녀시대를 뉴욕에서도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만 했다. 하지만 일본 다이와증권이 뉴욕의 큰 손 투자자들인 고객들에게 콘서트 티켓을 제공하고 다음날 SM엔터테인먼트 IR팀과의 투자설명회를 주선했다는 얘기를 듣고는 "아차" 싶었다.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면서 일감(브로커리지)도 따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눈 앞에서 놓쳤다는 생각에서다.

다이와증권이 주선한 투자설명회가 그다지 매끄럽지는 못했다. 당초 콘서트 바로 다음날인 24일 투자설명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4시간이 넘는 콘서트와 뒷풀이 탓인지 SM은 설명회를 하루 미루자고 연락을 해왔다는 후문이다. 25일 어렵게 다시 잡힌 설명회에서도 SM 측의 프레젠테이션은 최근 한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뉴욕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했다고 설명회에 참석했던 한 투자자는 전했다.

[취재여록] 日증권사의 K팝 투자설명회
문득 한국 증권사들이 궁금해져 몇몇 증권사 뉴욕 사무실에 전화를 돌려보았다. 대부분은 다이와증권이 투자설명회를 열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아마도 다이와증권에 SM엔터테인먼트와 친한 사람이 있는 모양"이라며 애써 무시하는 회사도 있었다. "아이디어 부족으로 다이와증권에 영업기회를 빼앗겼다"며 안타까워하던 외국계 증권사 직원과는 180도 다른 반응이었다.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뉴욕 거리를 장악하고 있는 아시아 음식은 일식이다. 그리고 뉴욕의 일식집들은 마치 김치가 자신들의 음식인 양 메뉴에 적어놓는다. 아예 '김치오코노미야키'같이 김치를 일본 요리와 접목시킨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 내놓기도 한다.

전 세계를 휩쓰는 K팝의 모습을 지켜보며 우리가 가슴 벅차하는 사이에 일본 기업들은 한류를 또 하나의 '기무치'로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됐다. 만약 한국 증권사가 설명회를 주선했다면 더 풍부하고 정확한 내용으로 투자상품으로서의 한류를 어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유창재 뉴욕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