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판제품 반값 거래…"유통망 무너져 문닫을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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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덤핑 판매' 덫에 걸린 공기청정기업체 에어비타
매출 반토막, 수출도 타격…한 달 반째 공장가동 멈춰
"적정 판매가 입법화해야"…중소 가전社, 단체행동 나서
매출 반토막, 수출도 타격…한 달 반째 공장가동 멈춰
"적정 판매가 입법화해야"…중소 가전社, 단체행동 나서
소형 공기청정기 제조 중소기업인 에어비타의 이길순 대표는 1일 기자를 만나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했다.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공장이 한 달 반 동안 가동을 멈춘 채 서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판매업자들이 인터넷에서 소비자판매가의 절반 수준에 제품을 후려치는 바람에 정상적인 유통망이 완전히 무너졌어요. 소비자가격을 어느 정도 맞춰줘야 하는데 인터넷에서 가격이 반토막나니 중간유통업체도,제품을 주문한 측에서도 물건을 못 받겠다는 거예요. 9만대 생산 주문을 받아놓은 것도 4만대 생산한 상태에서 계약이 취소됐어요. "
현재 이 회사의 최신품인 5만9000원짜리 카에어비타(자동차 내부용 공기정화기)와 12만9000원짜리 S에어비타는 인터넷에서 각각 3만1000원과 8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경위는 이렇다. 에어비타는 최근 이들 제품 2만대를 모 회사의 특판행사 끼워주기 상품으로 싼 가격에 공급했다. 이 제품이 여러 통로를 거치는 과정에서 온라인 업자들이 비매품 라벨을 떼고 인터넷에서 미끼상품으로 절반 가격에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 대표는 비매품을 시중에 유통시킨 온라인 사업자 4명을 경찰에 고발했으나 덤핑 판매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 대표의 걱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에어비타는 최근 일본 및 동남아 업체와 각각 30만대,50만대 수출계약을 놓고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는 "계약 당사자들이 인터넷 덤핑가격을 조회한다면 계약은 깨질 수밖에 없어요. 정상적인 국내 유통망도 망가지고,수출길도 끊기고.온라인 덤핑 때문에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에요"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이 대표는 연초 100억원 매출을 목표로 잡았지만 9월 중순 이후 생산이 중단되면서 40억원 매출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동종 업체인 한경희생활가전의 한경희 대표는 "그래도 에어비타의 경우는 덤핑업자를 잡아 확실하게 대응할 수 있어 다행스러운 사례"라고 말했다. 현금이 부족한 대부분의 중소 가전업체들은 대량 주문이 들어오면 마진을 최소화해 공급할 수밖에 없다. 목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제품들이 대부분 온라인에서 '미끼상품'으로 둔갑해 출고가에 약간의 마진을 붙인 상태로 판매된다. 이 때문에 다른 홈쇼핑이나 대리점 등 유통망에서는 제품 판매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한 대표는 "하루 몇 번씩 온라인을 조회해 덤핑 판매업자에게 제품 공급 중단 조치를 취하지만 인력 자금 조직이 부족해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호소했다.
김기문 로만손 대표의 경우는 이 같은 온라인 덤핑 판매에 골머리를 앓다가 최근 시계와 주얼리 제품 판매를 직영점(온라인 포함) 체제로 전면 개편했다.
중소 가전업체들은 "싼 값에 소비자에게 제품을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 가격이 유지돼야 제조업자도 생존할 수 있는 것"이라며 "제조기업 기반 보호 차원에서 온라인 유통망에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대표를 비롯한 중소 가전업체들은 유통망을 훼손하는 온라인 덤핑 판매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가칭 '온라인 최저판매가격제'(가칭)를 도입하기 위해 관련 기업들의 서명을 받아 중소기업중앙회 등 유관기관과 함께 입법화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조유현 중기중앙회 정책개발본부장은 "온라인업자들이 '떴다방'식으로 불법 유통 제품을 싼값에 판매해 제조사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며 "제조업체가 생존할 수 있도록 적정한 인터넷 가격이 유지되는 정책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
"온라인 판매업자들이 인터넷에서 소비자판매가의 절반 수준에 제품을 후려치는 바람에 정상적인 유통망이 완전히 무너졌어요. 소비자가격을 어느 정도 맞춰줘야 하는데 인터넷에서 가격이 반토막나니 중간유통업체도,제품을 주문한 측에서도 물건을 못 받겠다는 거예요. 9만대 생산 주문을 받아놓은 것도 4만대 생산한 상태에서 계약이 취소됐어요. "
현재 이 회사의 최신품인 5만9000원짜리 카에어비타(자동차 내부용 공기정화기)와 12만9000원짜리 S에어비타는 인터넷에서 각각 3만1000원과 8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경위는 이렇다. 에어비타는 최근 이들 제품 2만대를 모 회사의 특판행사 끼워주기 상품으로 싼 가격에 공급했다. 이 제품이 여러 통로를 거치는 과정에서 온라인 업자들이 비매품 라벨을 떼고 인터넷에서 미끼상품으로 절반 가격에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 대표는 비매품을 시중에 유통시킨 온라인 사업자 4명을 경찰에 고발했으나 덤핑 판매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 대표의 걱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에어비타는 최근 일본 및 동남아 업체와 각각 30만대,50만대 수출계약을 놓고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는 "계약 당사자들이 인터넷 덤핑가격을 조회한다면 계약은 깨질 수밖에 없어요. 정상적인 국내 유통망도 망가지고,수출길도 끊기고.온라인 덤핑 때문에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에요"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이 대표는 연초 100억원 매출을 목표로 잡았지만 9월 중순 이후 생산이 중단되면서 40억원 매출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동종 업체인 한경희생활가전의 한경희 대표는 "그래도 에어비타의 경우는 덤핑업자를 잡아 확실하게 대응할 수 있어 다행스러운 사례"라고 말했다. 현금이 부족한 대부분의 중소 가전업체들은 대량 주문이 들어오면 마진을 최소화해 공급할 수밖에 없다. 목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제품들이 대부분 온라인에서 '미끼상품'으로 둔갑해 출고가에 약간의 마진을 붙인 상태로 판매된다. 이 때문에 다른 홈쇼핑이나 대리점 등 유통망에서는 제품 판매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한 대표는 "하루 몇 번씩 온라인을 조회해 덤핑 판매업자에게 제품 공급 중단 조치를 취하지만 인력 자금 조직이 부족해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호소했다.
김기문 로만손 대표의 경우는 이 같은 온라인 덤핑 판매에 골머리를 앓다가 최근 시계와 주얼리 제품 판매를 직영점(온라인 포함) 체제로 전면 개편했다.
중소 가전업체들은 "싼 값에 소비자에게 제품을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 가격이 유지돼야 제조업자도 생존할 수 있는 것"이라며 "제조기업 기반 보호 차원에서 온라인 유통망에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대표를 비롯한 중소 가전업체들은 유통망을 훼손하는 온라인 덤핑 판매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가칭 '온라인 최저판매가격제'(가칭)를 도입하기 위해 관련 기업들의 서명을 받아 중소기업중앙회 등 유관기관과 함께 입법화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조유현 중기중앙회 정책개발본부장은 "온라인업자들이 '떴다방'식으로 불법 유통 제품을 싼값에 판매해 제조사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며 "제조업체가 생존할 수 있도록 적정한 인터넷 가격이 유지되는 정책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