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올림픽'인 세계 수학자대회가 2014년 8월 국내에서 처음 열린다.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도 4년마다 열리는 이 대회에서 수여될 만큼 과학계 '빅 이벤트'다. 대회 유치위원으로 활동했던 최영주 포스텍 수학과 교수는 1일 "물리 생물 분야의 차별화된 논문을 쓰려면 수학의 도움이 필수적"이라며 "수학자 대회를 계기로 한국 수학의 강점을 세계에 알리겠다"고 말했다. 대한수학회는 수학의 원리가 과학기술분야에 어떻게 응용되는지를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 저변을 넓혀 간다는 계획이다.

인류 문명의 기초가 된 수학은 의료 · 바이오 분야의 진단과 예측 수준을 높이는 데 활용되는 등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카오스(chaos)수열이 대표적이다. 일종의 미분방정식(미지의 함수와 그에 대한 미분인 도함수간 관계를 나타내는 방정식)인데, 심박수 혈압 신경전위 근육반응 등과 관련된 항과 계수를 여러 가지로 바꿔가며 컴퓨터로 관찰하는 것이다. 최 교수는 "미분방정식의 초기 조건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환자의 데이터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암호화(인증)기술인 공개키암호(RSA)구조는 소수(1과 자신 외에는 나눠지지 않는 수)의 곱 원리에서 나왔다. RSA는 공개키와 개인키를 세트로 갖고 이를 통해 암호화와 복호화를 수행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어떤 소수 A를,상대방이 어떤 소수 B를 선택하고 특정한 문을 열려면 자신의 소수(개인키)와 두 소수의 곱(공개키)을 알아야 한다고 하자.이 경우 두 사람 외에 다른 사람은 문을 열 방법이 거의 없다. 운 좋게 공개키를 알아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숫자의 단위가 매우 커질 때 소인수분해를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수학 원리 때문이다.

알록달록한 동물의 무늬에도 수학이 숨어 있다.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영국의 물리학 · 수학자인 앨런 튜링의 '반응-확산 방정식'이 대표적이다. 제임스 머레이 등 많은 학자들이 튜링의 공식을 화학 · 생물학과 접목,동물들이 성장하면서 이 패턴에 따라 무늬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미국의 경우 클레이수학연구소,프린스턴고등과학원 등 민간 펀딩을 받은 세계 수준의 수리과학연구소들이 많다. 아인슈타인도 프린스턴고등과학원에서 상대성원리의 기초를 닦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국내에서 이 같은 연구기관은 전무하다. 기초과학지원연구원 부설 국가수리과학연구소가 있지만 규모는 정부출연연구소 가운데 가장 영세하다. 금종해 고등과학원(KIAS) 수학과 교수는 "수학은 세상에 없던 비밀스런 관계식을 발견해 과학을 견인하는 도구"라며 "기초과학을 홀대하는 국내 풍토가 시급히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 튜링의 반응-확산 방정식

화학 물질을 번지게 하는 확산제와 이를 막는 억제제의 상호관계를 수학 공식으로 풀어낸 것이다. 산불이 나면 최초의 발화 지점 외에도 불이 번질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미리 물을 뿌려 2차 피해를 막는 과정을 생각하면 된다. 이 경우 물을 뿌리는 양태에 따라 불의 자국이 달라지는데,이것이 무늬에 상응한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