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F글로벌, 유럽위기 첫 희생양] 무리한 유럽 베팅으로 파산…제2 금융위기 '예고편'인가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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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융감독위 긴급 회의… JP모건 등 채권자 손실 불가피
미국의 선물거래 중개업체 MF글로벌이 31일(현지시간) 오전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재정위기에 빠진 유럽 국채에 투자했다 무너지는 미국의 첫 금융회사다. 투자자들은 MF글로벌의 파산이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에 이은 제2의 금융위기를 알리는 신호탄이 아닌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MF글로벌이 파산보호를 신청한 건 지난해부터 사들인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의 국채 가격이 재정위기 여파로 급락하면서 막대한 투자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유럽 국채에 총 63억달러를 투자했다. MF글로벌은 상품거래중개,투자은행(IB),트레이딩 등 사업부별로 쪼개져 다른 회사에 팔리거나 청산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MF글로벌의 파산이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와 같은 금융시스템 붕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MF글로벌이 유럽 국채를 파생상품화해 팔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사태 때는 모기지 채권을 파생상품화해 전 세계에 팔았던 것이 시스템 리스크를 키웠다.
◆왜 파산보호 신청했나
1793년 영국에서 설탕거래 중개회사로 시작한 맨그룹의 일부였던 이 회사는 2007년 분사 후에도 본업인 브로커리지 업무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존 코자인이 사업 다각화에 나서면서 달라졌다. 골드만삭스 회장 출신의 코자인 CEO는 고위험 · 고수익을 추구하는 자기자본 거래를 크게 늘렸다.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다른 IB들이 자기자본 거래를 중단하던 시점에 MF글로벌은 이탈리아 등의 국채를 사들였다. 현재 MF글로벌의 유럽 국채 보유량은 63억달러다. 재정위기로 유럽 국채 가격이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은 MF글로벌에 더 많은 담보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회사는 지난달 25일 1억9200만달러에 달하는 3분기 손실을 발표했다. 무디스 등 신용평가회사들은 MF글로벌의 신용등급을 정크본드 수준으로 강등했다. 코자인 CEO는 뒤늦게 회사 매각에 나섰지만 인수를 검토하던 인터랙티브브로커그룹은 실사 과정에서 9억달러에 달하는 부실회계를 발견하고 지난달 30일 인수계획을 철회했다.
◆금융시스템에 미칠 영향은
MF글로벌 파산이 직접적으로 금융시스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물론 JP모건,도이치뱅크 등 채권자들과 일부 대주주들의 손실은 불가피하지만,리먼 파산 때처럼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실제 미국 금융회사의 파산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공포감이 커질 우려가 있다. 이들 투자자가 유럽 국채에 대한 위험 노출액이 큰 다른 금융회사의 주식과 채권을 투매하면 전 세계 금융권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 유럽 국채 보유량이 많은 모건스탠리 주가는 31일 미국 뉴욕 증시에서 8.65% 하락했다.
미국 금융권의 시스템 리스크를 감독하는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가 이날 긴급 화상회의를 소집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편 미국 증권투자자보호공사(SIPC)는 이날 MF글로벌 청산을 맡을 관리인을 선정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