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변호사시험 합격이 예상되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 1500여명(전체 2000명 중 75% 합격 전망) 가운데 국내 10대 로펌에 채용된 인원은 12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방대 로스쿨 출신 가운데 10대 로펌에 취업이 확정된 사람은 단 3명뿐이다. 법원의 재판연구원(로클럭) 또는 검사로 임용되거나 합동법률사무소 등에 채용될 인원을 다 합쳐도 600명을 넘지 않을 것이란 게 변호사업계의 관측이다.

이렇게 되면 로스쿨 출신으로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900명가량의 실직이 예상된다. 게다가 이들 미취업자를 6개월간 실무수습할 기관도 마땅치 않아 취업대란에 연수대란 사태까지 겹쳐 부실 변호사들이 양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로펌, 비용 때문에 채용에 소극적

10대 로펌, 지방대 로스쿨생 채용 3명뿐
대법원은 내년 로스쿨 졸업생 가운데 100명을 재판연구원으로 뽑는다고 1일 발표했다. 재판연구원을 희망하는 로스쿨 졸업생은 로스쿨 소재지와 상관없이 전국 5개 고등법원 권역에 2지망까지 지원할 수 있다. 재판연구원은 판사를 돕는 일을 하며,2년 임기를 마치면 검사 임용을 신청하거나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있다.

2013년부터는 판사가 되려면 3년 법조경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재판연구원의 판사 지원에는 1년 경력이 더 필요하다. 로클럭제도는 대법원 차원의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취업 방안이다.

본지가 10대 로펌을 상대로 내년 로스쿨 졸업생 채용 현황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김앤장과 광장이 각각 20여명, 바른이 21명 등이며 대부분 10명 안팎에 불과했다. 전남대 경북대 원광대 출신 각 1명씩을 뽑은 바른을 제외하곤 지방대 로스쿨 출신을 뽑은 로펌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 졸업을 앞둔 지방대 로스쿨생은 전체의 절반 규모다.

이처럼 로펌들의 채용 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법률시장이 포화상태인 이유도 있지만 로스쿨 출신과 사법연수원 출신 간에 임금 차별을 하지 않으려는 로펌의 경영방침과도 연관이 있다. 10대 로펌 중 바른과 로고스,충정 이외에는 동등대우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추가 채용하는 데 따른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게 된다.

◆로펌에 강제할당 등 연수방법도 난감

취업이 문제지만 연수는 더 골칫거리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로스쿨 출신 가운데 로펌 등에 취업을 못한 변호사는 6개월간 연수를 받지 못하면 단독 개업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최소 900명은 집합교육이 필요하지만 묘책이 없다.

법상 연수 주체는 대한변호사협회로 지정돼있지만 기획재정부에 신청한 5억원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연수비용이 전무하기 때문.대한변협은 로펌에 강제할당하는 극약처방까지 모색 중이지만 로펌들은 "뽑아놓은 로스쿨생 교육도 버거운 판"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강훈 바른 대표는 회계사들을 연수시키고 있는 회계법인의 사례를 들며 "로펌들이 100명 이상 단위로 채용해 연수시키되 임금은 아주 저렴하게 지급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