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선물거래 중개업체 MF글로벌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오전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재정위기에 빠진 유럽 국채에 투자했다가 무너진 미국의 첫 금융회사다. 투자자들은 MF글로벌 파산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에 이은 제2의 금융위기를 알리는 신호탄이 아닌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MF글로벌이 미국 증권투자자보호공사(SIPC)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MF글로벌이 파산보호를 신청한 것은 지난해부터 사들인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의 국채 가격이 재정위기 여파로 급락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말 골드만삭스 회장을 지낸 존 코자인 전 뉴저지 주지사가 지난해 재선에 실패한 후 MF글로벌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으면서 MF글로벌은 중형 투자은행으로 변신하기 위해 자기자본 거래를 늘렸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유럽 국채에 총 63억달러를 투자했다. 국채 가격이 급락하자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25일에는 1억9200만달러에 달하는 분기 손실을 발표했다.

MF글로벌의 파산이 금융시장에 직접적으로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파생상품 판매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실제 미국 금융회사의 파산으로 이어지면서 모건스탠리 등 유럽 국채를 많이 보유한 다른 금융회사들이 연쇄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크다.

월스트리트 일부에서는 MF글로벌이 제2의 베어스턴스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베어스턴스는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첫 희생자가 됐던 미국 투자은행(IB)이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