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동아시아만의 교육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2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11 글로벌 인재포럼 기조연설에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일으켜온 동아시아 국가들은 글로벌 사회에 적응 가능한 인재를 배출하기 위한 인재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유럽ㆍ미국 추종형 모델이 아닌 아시아만의 특징을 살린 교육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동아시아는 국가 및 지역마다 다른 역사관, 가치관이 있어 이들의 차이가 때로 지역 간 분쟁을 낳기도 하지만 특유의 역동성을 창출하는 원천이 된다. 그는 "다양성을 활용해 나가는 것이 동아시아 공동체를 구축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시아인의 특징 중 하나는 서양적인 이원론과는 달리 '나와 남' '인간과 자연'의 차이를 대립적인 것이 아닌 동일한 것으로 보는 데 있다"며 "이런 장점을 살리고 젊은이들이 그런 자세를 갖추기 위해서는 공통의 교육 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시아의 문화가 오고 간 정신문명의 길인 '북로드'가 갖는 원래의 의미, 지적 공유재로서의 가치를 되찾아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지적재산의 길로 풀이되는 북로드는 오늘날 지적 소유권, 권리보호만을 의미하는 용어로 쓰이지만 원래 가치는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고, 이를 창출하는 것은 돈의 힘이 아닌 '인재'와 '교육'이라는 설명이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이날 또 "동일성을 존중하는 한ㆍ중ㆍ일 세 나라 대학간의 교류를 추진하는 '캠퍼스 아시아 구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ㆍ중ㆍ일 정상회의에서 제창한 대학가 교류 추진을 비롯해 학점의 상호교환, 성적 평가에 대한 가이드라인 수립 등이 현재 시범사업 준비 중에 있다.

"이미 50건 이상의 신청이 들어왔고, 이달께 채택할 프로그램이 정해져 올해 안에 한중일 간 학생 교류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개별 국가의 경쟁력 강화를 넘어 아시아인으로서의 연대, 공동체 의식이 싹터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일본의 특이한 교육 시스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고등학교와 전문대 과정이 통합된 일명 '고전'이라 부르는 것으로 현재 일본에는 이같은 학교가 57개나 된다. 고전에서는 실험과 실습 등을 중심으로 교육을 받고 있어 국제적인 평가에서도 '혁신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고전 졸업생들은 1인당 평균 15곳~29곳으로부터 취업 요청을 받고 있다"며 "요즘과 같은 극심한 실업상황에서 이같은 기록은 대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고전 시스템을 아시아 공헌 측면에서 수출하는 것 또한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하토야마 전 총리는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 연단에 올라 "안녕하십니까, 한국을 아주 좋아하는 저 하토야마 유키오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함께 방문한 아내 미유키 여사를 소개하면서 "인재포럼은 아내에게 강연할 기회를 주는 게 더 좋았을 것"이라며 "다음에는 아내의 수행원으로 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경닷컴 권민경/김동훈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