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막말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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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우리나라에선 YS의 말실수가 잦았다. 리크루트 뇌물사건을 요구르트 뇌물사건으로,우루과이 라운드를 우루과이 사태로 잘못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특유의 어법이 있었다.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 "대통령 못해먹겠다" 등이다. 당시 손학규 경기지사를 '보따리 장수'로 표현하기도 했다.
국회의원들의 대통령에 대한 막말 사례도 숱하다. 1998년 5월 김홍신 의원은 DJ를 겨냥해 "공업용 미싱을 입에 드륵드륵 박아야 할 것"이라고 공격했다. 같은 해 9월엔 이규택 의원이 "일흔여섯 살이나 되는 분이 '사정''사정'을 계속하다 변고가 생기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가세했다. 2005년 8월엔 공성진 의원이 "(노무현)대통령의 정신분석을 해보니 자아균열 현상이 굉장히 강하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천정배 의원은 지난해 "이명박 정권 확 죽여버려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가 눈총을 받았다.
이번엔 최종원 민주당 의원이 막말을 했다 불구속 기소됐다. 4 · 27 강원지사 보궐선거 지원 유세에서 "대통령 집구석이 하는 짓거리가 전부 이거다. 형도 돈 훔쳐 먹고 마누라도 돈 훔쳐 먹으려고 별짓 다하고 있다"는 막말로 명예훼손을 한 혐의다. 그는 지난달 7일 국정감사에서도 배순훈 국립현대미술관장에게 "답변할 때 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는 것은 무슨 태도냐.웃기지도 않는다"고 호통을 쳤다. 그래선지 배 관장은 사표를 냈다.
프린스턴대 총장을 거쳐 28대 미 대통령에 오른 우드로 윌슨은 "입법보다 더 중요한 의회의 기능은 정치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국민을 교육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인의 막말은 국민의 언어뿐 아니라 정신까지 오염시킨다. 정략에 따라 한 · 미 FTA 말뒤집기나 하는 등 가뜩이나 제구실 못하는 정치인들이다. 그들이 생각없이 해대는 막말까지 들어야 하는 국민은 괴롭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