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처음으로 사용하게 된 타자기에 서툴렀던 법원 공무원 이모씨(59)는 '독수리타법'(양손 검지로만 자판을 쳐 입력하는 방법)으로 조서를 작성하게 됐다. 독수리타법 때문에 타자속도가 느리고 자판에 익숙지 않았던 이씨는 고정된 자세로 목을 숙여 자판을 내려다보며 작업을 했다.

이어 1996년 IMF 금융위기로 폭주하는 경매사건을 담당하게 된 이씨는 브라운관 모니터 컴퓨터와 업무용 책상을 지급받았다. 그러나 업무용 책상이 작아 모니터와 키보드,본체,프린터를 모두 설치하면 경매사건 기록 등 서류를 올려놓을 공간이 없었다. 이 때문에 이씨는 책상 뒤쪽에 탁자를 놓고 그 위에 컴퓨터 모니터를 설치해 업무를 봤다. 멀리 떨어진 모니터를 보려면 목과 허리를 구부려 눈을 모니터에 가까이 해야 했다. 이씨는 업무환경 때문에 재직 중 어깨 · 허리통증이 생기고 퇴직 후에는 경추 수핵탈출증 등 척추질환 진단을 받았다며 소송을 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이대경)는 이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장해연금 부지급결정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과 달리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부적절한 자세로 수행한 컴퓨터 작업이 척추질환 발생을 촉진했다는 의학적 견해 등을 볼 때 이씨의 질환과 공무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