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상승기의 정점을 통과했는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미 정점을 지나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는 민간 경제연구소의 주장과 일시적인 조정 국면으로 속단하기 이르다는 정부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표상으로는 정점 지나

경기 정점 지났나…정부ㆍ민간硏 '논쟁'
2일 통계청에 따르면 가장 최근의 경기 저점은 2009년 2월이다. 1970년대 이후 경기가 상승하는 확장기는 평균 31개월이었다. 이 수치를 그대로 적용하면 지난 9월이 피크라는 계산이 나온다.

최근 발표된 각종 지표들은 경기가 상승기를 마감하고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가 5개월 만에 동반 하락했다. 제조업의 1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2009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82를 기록했다.

내수 위축도 예상보다 상황이 심각하다. 지난달 서비스업 생산은 전달 대비 1.6% 감소하면서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소매판매액도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수출이 그나마 유일한 버팀목이었지만 지난달 수출 증가율은 9.3%로 2009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낮아졌다.

◆민간 "경기 이미 꺾였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경기가 이미 꺾였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홍춘욱 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 1분기부터 경기 하강이 나타난 것으로 본다"며 "경기가 정점을 지난 지 오래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경제성장률이 추세선 위에 있었으나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전기 대비 성장률이 빠르게 둔화하면서 잠재성장률 아래로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박용하 산은경제연구소 경제조사팀장도 "경기선행지수와 동행지수를 봐서는 경기가 꺾인 것 같다"며 "민간소비가 크게 회복될 기미가 없으며 투자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도 당초 예상보다 0.2%포인트가량 낮은 3.9~4.0%로 예상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실장도 "대외 악재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현실화하면서 수출 둔화와 설비투자 증가율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며 "올해 4% 성장은 힘들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은 "본격적인 하강 국면은 아니고 탄력이 떨어진 것으로 본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면서도 "아직까지 선방하고 있는 수출이 얼마나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인지가 경기 전망의 포인트"라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정부 "일시적인 조정 국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일시적인 조정 국면일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김영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횡보 국면 속의 저점 정도로 본다"며 "전반적인 하강 국면에 들어갔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4분기 성장률이 3분기보다 훨씬 좋게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강조했다.

재정부 경제정책국 관계자도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경기가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며 "경기 저점과 고점은 사후적으로 확인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대외 변수의 급격한 변동으로 경기순환 사이클을 예측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재정부가 우려하는 것은 국내 경기 사이클 하락과 미국 유럽 등 주력 시장의 경기 침체가 겹치는 경우다.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의 가닥을 잡지 못하고 주력 수출시장마저 급속도로 위축되는 상황에서 내수시장이 얼어붙으면 '균형재정 달성'이라는 정책 기조를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도 내년 경제운용 전략을 짜기가 쉽지 않다"며 "각각의 시나리오에 맞는 해법을 담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기/주용석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