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성에 '한수' 배운 삼성 사장단 "프로의 세계는 실력 아닌 생각이 좌우"
삼성그룹 사장단이 야구에서 프로의 자세를 배웠다. 2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수요사장단회의에서다. 초빙강사는 야구해설가인 하일성 스카이엔터테인먼트 대표(사진)였다.

하 대표는 "프로에게 중요한 건 실력 차이가 아니라 생각의 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국제대회에 나가면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고 말했는데,그러면 큰 경기에서 실수하기 쉽다"며 "그런데 작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젊은 선수들은 하나같이 '경기를 즐기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겠다. 그동안 훈련한 걸 다 풀어놓겠다'는 식으로 말하더라"고 전했다.

김연아 선수의 예도 들었다. 2009년 미국에서 열린 세계 피겨선수권 때 '아사다 마오의 신기술에 대처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 선수는 '아사다 마오와 싸우러 온 게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겁니다'고 답했다. 하 대표는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기술 차이가 얼마나 있겠느냐"며 "결국 어떻게 동기를 부여하는가,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가,얼마나 열정이 있는가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야구 1군과 2군의 차이도 예로 들었다. 하 대표는 "1군 선수들은 경기에서 지면 '내가 왜 졌을까'를 되돌아보는 표정이 역력한데 2군 선수들은 아무 생각없이 웃고 나온다"고 말했다. 또 "오심 때문에 지더라도 프로는 깨끗이 인정하고 같은 실수나 패배를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지 운 타령,심판 타령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 대표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의 사례를 들어 프로야구의 성공비결을 '헌신''희생''협력'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김경문 대표팀 감독이 헌신하고 희생하고 협력하는 선수를 뽑겠다고 밝히자 야구협회 관계자들이 '대회 나가서 이길 생각을 해야지 인간성 테스트를 하느냐'고 반대했다"며 "결과적으로 대표팀이 전승 우승을 하자 모두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