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2차 구제금융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선언하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유로존은 물론 세계 경제의 운명을 걸고 위험한 도박을 벌이는 그리스가 심각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행태를 보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긴급 전화 회동을 가졌다.

전화 회동 직후 독일 정부는 "최근 정상회의에서 내놓은 대책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며 "지금은 합의사항을 신속하게 이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국 정상은 3~4일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앞서 2일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와 긴급회의를 갖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국민투표안을 철회하라고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구제금융안에 포함된 연금 삭감과 공무원 감축 등 재정 긴축에 대해 국민들이 연일 반대 시위를 벌이자 국민투표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일각에서는 그가 4일 신임투표를 앞두고 자리를 지키기 위해 국가의 운명을 걸고 정치적 승부수를 띄운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그리스는 국민투표에 유로존 탈퇴안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국민투표는 2차 구제금융안의 세부안이 마련된 뒤인 내년 1월 중순쯤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국민투표가 유럽 금융시장 안정을 위협하고 그리스의 무질서한 디폴트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1일 유럽 증시는 5~6% 폭락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