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송민순 의원을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처리할 외통위원회에서 빼내 농림수산위원회에 배치했다고 한다. 송 의원이 지난달 28일 국제학술대회 참석차 출국한 데 따른 일시적인 조치라지만 이를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송 의원은 그동안 "미국과의 재재(再再)협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국가 미래를 감안해 한 · 미 FTA가 필요하다"며 '한 · 미 FTA 결사 반대' 당론을 정면으로 반박해 왔다. 때문에 민주당 입장에서는 눈엣가시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송 의원을 다른 상임위로 밀어낸 것은 민주 정당의 핵심 가치인 당내 민주주의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2007년 한 · 미 FTA가 타결되던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으로서의 소신을 이어가겠다는 송 의원의 자세는 비난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 국민들이 보기에는 노무현 정권 시절 고위직을 지냈던 당내 다른 주요 인사들의 발언이 오히려 기만적이며 무책임하다. 특히 정동영 최고위원의 막가파식 반대 주장은 국민들이 참아줄 수 있는 범위조차 벗어난 느낌이다. "한 · 미 FTA는 신을사늑약" "한국을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는 등의 터무니없는 발언은 그렇다고 치자. "의사당을 둘러쌀 수 있게 국민 4800명이 국회로 와달라"는 선동적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 것을 보면 한때 여당 의장이며 대통령 후보였던 것이 의아할 정도다. 오죽하면 당내 동료 의원도 "정동영 민노당 의원이요?"라며 고의적인 농담을 했겠는가.

손학규 대표, 김진표 원내대표도 마찬가지다. 김 원내대표는 경제부총리로 FTA 추진 로드맵을 확정하고 열린우리당 한 · 미 FTA 평가위원장까지 맡았었다. 이처럼 식언을 밥 먹듯 하는 당 지도부가 소신을 펼치려는 의원들을 장기판의 졸 정도로밖에 여기지 않는다면 결코 민주 정당이라고 할 수 없다. 쫓겨날 사람은 송 의원이 아니라 오히려 당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