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볼커 전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장은 "그리스가 사실상 디폴트(지급 불능) 상황에 빠졌다"며 "유로존 붕괴를 막으려면 화폐 통합을 넘어 회원국들의 재정 정책에 깊이 관여할 수 있는 통합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볼커 전 위원장은 2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11' 개막 총회에 참석,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100세 시대의 인재'를 주제로 한 글로벌 인재포럼은 전날 환영 리셉션을 시작으로 공식 일정에 들어갔으며 3일까지 각종 세션과 특별강연이 이어진다.

볼커 전 위원장은 "공포는 상상력을 키우면서 확대되는 경향을 보인다"며 "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등의 연쇄 부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회복 시기를 섣불리 예측하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그는 유럽뿐 아니라 글로벌 주요 국가들의 재정 불균형 문제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를 통해 중국에는 지나친 외환보유액 확충을 자제토록 하고 미국에는 긴축 재정을 권고하는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볼커 전 위원장을 비롯한 경제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위기가 1~2년 이상 장기화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인내심을 가지고 중장기적인 인재 양성과 혁신에 나서는 국가가 위기 이후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간판 경제학자인 황웨이핑 런민대 교수는 기조세션 주제발표를 통해 "볼커 전 위원장의 의견에 공감한다"며 "(국제사회의) 새로운 거버넌스를 통해 정책적 조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개막 총회에는 김황식 국무총리를 비롯해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미셸 부커 세계정책연구소장,라젠드라 시소디어 미국 벤틀리대 교수,러스 헤게이 베인앤컴퍼니 부회장 등 국내외 인사 1200여명이 참석했다. 김 총리는 축사에서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충격을 국가 재정만으로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가정과 학교,사회의 역할을 재설계하지 않으면 '100세 시대'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건호/고경봉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