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참모들이 앞으로 고용률을 경제정책의 중심지표로 삼고 취업유발계수가 큰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이 이른바 고용없는 성장으로 귀결되는 만큼 성장보다 고용 확대를 통해 복지를 확충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박 전 대표가 자신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이런 주장을 내놓은 데에는 물론 그를 보좌하는 참모들의 권고와 주문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지금 일자리 만들기가 얼마나 시급한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구직활동조차 포기한 청년이 넘치지만 공식 실업률은 3%대에 불과하니 실업률 아닌 고용률을 중심으로 정책을 짜야한다는 지적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취업유발 효과가 큰 산업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단순히 취업유발계수로 따진다면 농업을 따라올 산업이 없다. 한국은행의 2009년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농림수산품은 최종수요가 10억원 증가할 때 다른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까지 감안한 취업유발계수가 40.5명으로 가장 많다. 음식 숙박업이 31.4명, 도소매가 28.0명으로 2위와 3위다. 이런 식으로 고용을 확대하겠다면 농업을 확대하고 음식점과 숙박업체를 늘려야 한다는 얘기가 되고 만다.

취업계수나 고용계수가 높다는 것은 1인당 생산성이 낮다는 뜻이다. 우주항공산업은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지만 고용효과는 거의 없다. 그러나 이 산업의 잠재적 부가가치는 엄청나다.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이 우주를 선점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이유다. 자본이 생산성 높은 부문으로 흐르는 것은 당연하다. 노동집약보다 자본집약 산업을 중시하고, 기업들도 고도화된 기술투자 확대에 사활을 건다.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으면 선진국으로 들어설 수도 없다.

정부가 내년 세법개정안에서 임시투자세액 공제제도를 없애는 대신 고용창출세액 공제를 확대하겠다고 한 데 대해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수치상 고용이 늘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세제혜택을 주면 단순 고용이나 외국인 근로자 채용만 증가하게 된다. 양질의 고용이 늘어날 수도 없다. 경제에서 가장 좋은 선순환은 투자가 늘어나 성장과 고용 창출이 되고 가계 소득이 증가하는 것이다. 낮은 생산성 일자리는 중국과 경쟁해서 결코 이길 수 없다. 박 전 대표 뒤에는 수백명의 교수와 전문가들이 줄을 서 있다고 한다. 참모들의 경제이해력 수준이 이명박 · 노무현 정권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진정한 비전은 없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