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11] 후쿠야마 "中보다 印이 낫다" vs 황웨이핑 "美가 모든 문제 화근"
[글로벌 인재포럼 2011] 후쿠야마 "中보다 印이 낫다" vs 황웨이핑 "美가 모든 문제 화근"
'혼돈의 세계경제'라는 주제 때문일까. 2일 오전 글로벌 인재포럼 2011 의 첫 번째 기조세션은 주요 2개국(G2)으로 꼽히며 세계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한판이었다.

일본계 미국인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는 중국의 놀라운 성과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중국의 정치 시스템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일격을 날렸다. 후진타오 국가주석 등 중국 정치 · 경제지도자들의 '경제교사'인 황웨이핑 런민대 교수는 "중국은 (미국과 같은) 카지노 자본주의를 피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개혁 · 개방하는 것을 택한 것일 뿐"이라고 반격했다. 두 사람은 유로존이 예전처럼 지탱되기는 어렵다는 데 동의했지만 세계 경제의 근본적인 불균형 문제를 고치는 해법을 놓고 평행선을 달렸다.

◆후쿠야마 "인도보다 못한 중국"

"지금은 중국이 인도보다 더 잘나가는 것 같아 보이죠? 앞으로는 다를 겁니다. 중국의 정치 체제는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

후쿠야마 교수는 직설적이었다. 질문을 에둘러 가는 법이 없었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날을 세웠다. 'G2'로 부상하며 인도보다 높은 지위를 거머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인도의 성장 잠재력이 더 클 수 있다"고 평가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이날 기조세션 주제발표 및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중요한 결정을 단행할 수 있고,국가를 그동안 잘 통치해왔기 때문에 많은 국가들이 중국을 부러워한다"고 운을 뗐다. 사회기반시설을 구축하는 데는 중국식 권위주의 정부가 훨씬 효율적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칭찬은 잠시뿐이었다. 후쿠야마 교수는 "이 체제의 미래가 무엇인가,또 이 현상은 유지 가능한가 생각해봐야 한다"며 "앞으로 중국 중산층이 민주화를 요구하면 중국 경제 체제는 큰 난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황 교수가 중국 민주주의와 관련해 "정치적 변화는 경제적 변화를 자연히 따라갈 것"이라고 한 것에 대해선 단호히 반대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지금 당장 정치적 변화를 실행해야 할 때이며,그렇지 않으면 정치 불안정으로 경제까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중국에 민주화 바람이 불 시점을 특정하진 않았지만,'나쁜 군주(bad emperor)가 등장할 때'라고 표현했다. 원하는 것을 주지 못하고 도덕적 문제가 있는 지도자가 나타나는 순간 쌓인 불만에 불이 붙는다는 것이다. 그는 "항상 리콴유(부패 없는 정치로 유명한 전 싱가포르 총리) 같은 사람이 등장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후쿠야마 교수는 미국과 유럽의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는 "긴축재정 외에 다른 방법이 별로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미국 중산층의 소득은 1970년대 이후 거의 늘지 않았는데 이를 외면했다"고 말했다. 유로존의 미래에 대해서도 "지탱하기 어렵다"며 '2군 유로존(second tier)'을 만들어 그리스 등을 포함시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교정할 방법에 대해 후쿠야마 교수는 "중국이 수출보다는 내수를 늘리는 정책을 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교수가 "세계 경제에서 소비를 담당할 곳은 여전히 미국과 유럽"이라고 주장하자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었다. 후쿠야마 교수는 "내수를 늘리라는 것이 수출을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며 "미비한 금융제도를 확충하고 연금제도 등으로 소비여력을 늘리는 것으로도 충분한데,중국 정부는 이런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웨이핑 "미국은 책임감 필요"

황 교수는 "글로벌 위기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미국과 유럽이 보다 책임감 있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미국이 중국 등 다른 나라의 화폐가치를 높이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지나친 소비 등 자신의 문제부터 고치는 것이 자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도 긍정적"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간판 경제학자로 꼽히는 황 교수는 미국을 대표하는 후쿠야마 교수와 글로벌 경제의 불균형 심화 및 금융위기 원인 분석 · 해법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글로벌 경제가 안정되려면 미국 등 선진국들이 더 많은 권한을 중국에 넘겨야 한다는 게 그의 핵심 주장이다.

황 교수는 "미국의 민주주의는 한계에 직면했고 유럽은 사상 최대 위기에 빠져 있다"며 "세계 경제가 선진권이 주도하는 혁신과 소비를 개발도상국이 대대적인 생산으로 뒷받침하는 체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위기의 원인을 제공한 미국과 유럽에 대해서는 좀 더 책임감 있는 태도를 요구했다. 그는 "미국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중국 위안화 가치 상승 등 다른 나라를 압박하고 있다"며 "이 같은 방식은 오히려 부작용만 만들어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이 외부 압력에 따라 화폐정책을 결정,문제가 생긴다면 세계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럽에 대해서는 과도한 복지를 줄이는 등 좀 더 적극적인 해결책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유럽 위기 해결을 위해 중국이 유로화 채권 구매 등에 나서야 한다는 말도 나오는데 중국이 부자인지 유럽이 부자인지에 대한 물음의 답은 명확하다"며 "유럽이 중국이 나서서 도와줘야 할 만큼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지는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중국이 이제껏 훌륭한 지도자들을 만나왔기 때문에 빠른 발전을 할 수 있었지만 향후 역량이 떨어지거나 부패한 지도자를 만나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후쿠야마 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중국 지도자의 권한이 커서 비민주적이라고 하면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 간 남중국해 문제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 대통령이 민주적이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은 협력체를 통한 공조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이면 미국을 비롯해 한국 중국 러시아 독일까지 지도자들이 모두 교체된다"며 "중요한 것은 당장 지도자들끼리 만나 합의하는 것이 아니라 논의의 장과 시스템을 마련하고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은/이유정/남윤선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