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금융시장이 유럽발 재정위기 사태 등의 위험을 헤쳐나가기 위해 역내예탁결제기구(RSI·Regional Settlement Intermediary) 등 자본시장 통합을 위한 외환 결제시스템 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이 서울 신라호텔에서 연 국제 세미나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각국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환경변화와 자본시장 인프라 발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결제기구의 결제 안정성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유럽에선 증권 및 대금 동시결제시스템인 'T2S' 시스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아·태 지역에서도 RSI 등 역내 결제기구 설립 논의가 보다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RSI는 아시아 지역 국제 증권거래에 대해 예탁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구로, 2003년 아시아채권시장발전구상(ABMI) 설립과 함께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ABMI 산하의 전문가 그룹(GoE)이 작성한 최종권고안에 따르면 RSI 설립 시 지역 내 거래 집중화로 거래비용이 감소하고 각국 시장을 개방하는 계기로 작용, 아시아 채권시장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주제 발표자로 나선 신인석 중앙대 교수는 "아시아 각국 중앙예탁결제기관(CSD)은 자국 CSD의 기능 보강과 함께 RSI 설립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세미나에 참가한 각국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이후 안정적인 투자처를 선호하는 세계 각국 투자자금의 아시아 지역 유입이 점차 늘고 있어 이를 담당할 RSI와 같은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는데 보다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아시아 지역 내 국경간 채권결제 관련 규제를 통합하고, 시장 관행을 표준화하기 위해 연말까지 역내채권시장 표준화 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이다.

다만 국가간 이해관계로 인해 인프라 설치 방안에 대해선 의견이 다소 엇갈리는 모습이었다.

필립 리차드 유로클리어(Euroclear) 국제담당 이사는 "아시아 지역 내 채권거래에 따른 청산결제관련 인프라 개선을 위해 말레이시아 중앙은행, 홍콩 금융관리국 등과 공통 예탁결제시스템 구축(Common Platform Model)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김경동 예탁원 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RSI 설립에 관한 사항을 집중 조명할 필요가 있다"며 "미래 세계자본시장의 중심이 될 아시아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고, 아시안 잉여자금의 역내 환류에 편의성을 더하게 될 RSI 설립을 보다 구체화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는 이달 2∼4일 사흘간 진행되는 제15차 아·태지역 중앙예탁결제기관(ACG) 총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열렸다. 아·태지역 중앙예탁결제기관, 청산기관과 국제예탁결제기관 등 35개 기관과 국제금융관련기구 인사를 포함해 100명 이상의 전문가가 참가했다.
"亞 자본시장 도약 위해 통합예탁결제기구 설립 필요"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