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한계 직면한 생명보험, 은퇴시장 발판으로 '제2 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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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대한생명
생명보험 업황 전망
윤태호 NH투자증권 연구원
생명보험 업황 전망
윤태호 NH투자증권 연구원
하지만 생명보험업의 성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존재한다. 또 적정가치 평가법에 대한 혼란과 상대적으로 높아보이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탓에 상장 이후 생보 3사의 주가는 모두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에서 야기된 금융시장 불안으로 생보사들이 2분기(7~9월) 대규모 평가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과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는 데 따른 수익성 둔화 우려 등이 부각되면서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2분기 부진한 실적의 가장 큰 원인은 대형 생보사가 보유한 신용연계채권(CLN) 등 파생상품 평가손실 때문이다. 8월 유럽에서 시작된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각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가 급상승하면서 CDS와 연동된 CLN의 평가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4월부터 도입된 국제회계기준(K-IFRS)에서는 내재파생상품의 공정가치를 손익계산서에 바로 반영해야 한다. 생보사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CLN 규모를 축소해왔는데 이번 손실분은 아직 남아 있는 잔여 CLN에서 발생한 것이다.
보험사는 운영자산의 규모가 커지면 위험을 회피하는 동시에 투자이익률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해당과정에서 운영자산의 다변화는 필수적이다. 때문에 일시적인 평가손실을 미숙한 자산운용의 결과로 섣불리 해석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지난달 초 220bp까지 상승했던 국내 CDS 스프레드기 월말에는 126bp 수준까지 내려왔다. 2분기 실적에 반영된 평가손실분은 향후 1~2년 내 환입될 가능성이 높아 기업 펀더멘털의 훼손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저금리 추세 역시 최근 유럽 사태가 봉합국면에 접어들면서 시중금리가 바닥을 다지고 상승 기조로 돌아서고 있어 투자심리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 운용자산의 70~80%는 이자부 자산이기 때문에 시중금리가 오르면 운용자산의 이익률도 개선되게 마련이다.
기업가치 개선 측면에서 살펴보면 보험사는 자산보다 부채의 듀레이션(만기)이 길다. 듀레이션이 길면 금리 변화에 따라 자산과 부채의 변동폭이 크게 나타나는데 금리가 오르면 부채의 감소폭이 자산 감소폭보다 커 부채가 줄어드는 만큼 순자산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난다. 물론 현재 재무제표에는 반영되지 않는 공정가치이지만 금리가 오를수록 기업가치는 높아질 수 있다. 보험사의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내재가치(EV) 기준에서 금리가 1% 오르면 대형 보험사는 내재가치가 5%, 중소형사는 3% 개선된다.
생보업계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성장성에 대한 이슈다. 보험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현재 가구당 생명보험 가입률은 87.3%에 달해 생보산업의 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포화상태로 여겨졌던 생보업계가 은퇴시장(개인연금, 퇴직연금)을 발판으로 새로운 도약을 시도 중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향후 은퇴시장은 1)은퇴 후 삶에 대한 보험계약자의 관심 증대 2)고령화에 대비한 정부의 연금활성화 정책 3)보험업계의 신시장 개척 의지가 맞물려 생보업계 내 주력 시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개인연금 시장은 연평균 15% 이상, 퇴직연금 시장은 매년 100%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시현 중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올해 정부가 은퇴시장의 선봉에 서서 연금활성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평균 소득 대체율은 현재 25.2%에 불과하다. 정부 입장에서 은퇴 전 월소득의 70%(OECD 권장 비중 70~80%)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사적연금인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활성화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의 확대가 초고령 사회의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에 정부 정책에 힘입은 은퇴시장의 급성장이 기대된다.
올해 정부는 △무배당 세제적격연금 출시 허용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 통과 △연금의 소득공제 한도 증액 등의 연금 활성화 정책을 내놓았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는 국내 상황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소득공제 한도 증액 등은 연금 시장 성장에 우호적인 환경을 마련해줄 것으로 보인다.
생보업계의 입장에서 보면 연금 시장의 잠재성은 무한하다. 현재 국내 가구당 소득 대비 연금자산의 대체율은 37.9%로 미국의 189%에 훨씬 못 미친다. 개인연금 가입률은 OECD 평균 60.4%를 밑도는 56.4%로 연금 시장의 성장판이 채 열리지도 않은 상태다. 신시장의 부재를 겪고 있는 생보업계에 연금 시장은 ‘가뭄 속의 단비’와 같은 존재인 것이다. 은퇴자산에 강점을 가진 생보업계는 1955년에서 1973년 태어난 1600만명의 베이비부머 세대들을 주요 고객으로 제2의 르네상스 시대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윤태호 < NH투자증권 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