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中企 홈피 99% '무늬만 글로벌'… 웹 국제표준 안지킨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최근 어렵게 만난 해외 바이어로부터 불만 가득한 소리를 들었다. 한국 기업으로부터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인터넷 서핑을 했지만, 검색되는 기업이 드물어 지인의 소개를 받고 한국까지 찾아왔기 때문이다. 어렵게 국내 수출업체 홈페이지를 찾아도 화면이 백지상태거나 글자가 깨져 화가 났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결론은 각 기업의 홈페이지가 국제표준을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수출 중소기업의 99%가 이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중국 등 경쟁국에 비해 온라인 경쟁력이 크게 뒤쳐져 있다. 더 큰 문제는 수출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이 같은 사실을 모른다는 데 있다. 정보기술(IT) 강국 수출 기업의 온라인 마케팅에 빨간 불이 들어와 있는 셈이다.

미국의 브랜드 평가회사인 ‘브랜드파이낸스’ 발표에 따르면 세계 1위 브랜드 가치는 구글(443억달러)이고 삼성전자가 215억달러로 18위를 차지했다. 매출은 삼성전자가 구글보다 4배가량 많은데도 말이다.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생을 대상으로 삼성과 LG 브랜드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더니 상당수 학생이 일본 브랜드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 같은 현상의 근본 원인은 홍보 부족 때문이다.

브랜드는 경쟁력이다. 수출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007가방에 제품을 담아 세계 각지를 찾아다니며 팔던 시대는 지났다. 탄탄한 기술과 프리미엄 브랜드만이 수출 중소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대한민국 브랜드가 디스카운트되면 수출 중소기업 제품 역시 디스카운트될 수밖에 없다.

과학기술(science technology)의 글로벌 관점에서 온라인 홍보 상태를 살펴보자. 과학기술은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여주는 핵심 키워드다. 구글에서 ‘과학기술’을 영어로 검색해보자. 결과는 파키스탄 12위, 케냐 15위, 나이지리아 38위, 한국 103위로 나타난다. 무엇이 문제일까. 국제표준을 무시하고 국내용 소프트웨어에 다국어를 덧칠한 ‘무늬만 글로벌’ 홈페이지이기 때문이다. 수출 기업의 형편도 다르지 않다.

#글로벌 웹 표준 준수해야 온라인 경쟁력

100개국 이상에 라미네이터 및 관련 제품을 수출하는 국내 대표 수출기업 G사는 이 분야의 대표적인 ‘글로벌 강소기업’이다. G사 역시 해외마케팅용 다국어 홈페이지가 있다. 그러나 국제표준이 적용되지 않았고, 검색엔진으로 찾기 힘들게 설계된 전형적인 수출기업 홈페이지다. 어렵게 찾더라도 약 25%의 바이어가 사용하는 파이어폭스(FireFox), 약 3%가 사용하는 ‘오페라’에서는 홈페이지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 21% 정도가 사용하는 ‘구글 크롬’에서는 화면이 깨져 보인다. 50%에 가까운 해외 고객이 이 회사의 홈페이지를 볼 수 없다.

페이지 제목은 해외마케팅용 영문 웹사이트임에도 한글로 돼 있다. 페이지 언어코드 역시 한글로 돼 있다. 국내용 홈페이지에 외국어만 적용한 ‘백치 아다다식 홈페이지’다. 하지만 G사 대표이사의 컴퓨터에서는 아무런 문제 없이 잘 보인다. 윈도우 컴퓨터와 인터넷 익스플로러(IE) 브라우저를 사용, 문제점이 전혀 발견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 바이어가 볼 때는 다르다. 지난 9월 기준, 위키피디아 통계에 따르면 IE 브라우저 사용자는 39%에 그쳤다. 나머지는 애플의 맥컴퓨터, 리눅스 등을 사용한다. 아이폰 아이패드 등에는 사파리(Safari)란 브라우저가 사용된다.

국제표준은 글로벌 시장의 바이어에게도, 최종 고객에게도 중요하다. 최근 급격히 증가한 모바일 사용자를 고려해보자. 나스닥에 등록된 미국의 시장조사회사 컴스토어에 따르면 8월 기준 미국 내 전체 인터넷 사용 중 약 6.8%가 모바일 기기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미국 내 모바일 사용자 절반인 1억1600만명이 모바일 웹사이트를 이용한다고 한다. 이 중 약 60%는 아이폰·아이패드 등을 사용한다. 이러한 현상은 글로벌 시장의 메가 트랜드다.

웹 표준을 제대로 이해하고 준수한 웹사이트는 모바일 웹사이트로의 전환이 수월하다. 해외 마케팅용 모바일 웹사이트는 아이폰, 안드로이드, 블랙베리, 윈도우모바일7 등에서 다 잘 보여야 한다. 반대로 웹 표준을 무시한 웹사이트의 경우 모바일 웹사이트를 별도로 제작해야 한다. 제작 및 관리비용, 콘텐츠 업데이트 등으로 이중비용이 든다.

#해외 시장 온라인 경쟁, 구글이 해답

서울시는 수출 유망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선정한 업체에 ‘하이서울(Hi Seoul)’이란 브랜드를 제공한다. 또 차세대 수출 100대 기업을 선정, 수출기업으로 키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Hi Seoul’과 차세대 100대 기업에 선정된 수출기업 P사에는 해외 마케팅용 영문 홈페이지가 있다. 겉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 보면 검색엔진으로 찾기 힘든 구조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수출용 영어 웹사이트의 제품 페이지에는 제품명이 영어로 표시돼야 한다. 그럼에도 구글 검색엔진 최적화의 가장 기본인 메타 타이틀(Meta Title)에 회사명이 한글로 돼 있다. 무늬만 영어로 된 홈페이지로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수출업체 웹사이트에 아무리 많은 제품사진을 올려도 검색엔진에 잡히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수출기업의 상표명, 즉 대표 브랜드를 입력해도 상위 검색이 안 된다. 특정 회사명 또는 브랜드를 검색하면 일반적으로 검색 결과가 상위에 오른다. 하지만 이 수출기업의 경우 전혀 다른 업종의 내용이 검색된다.

웹사이트 설계 시 사용자 환경, 국제표준, 검색엔진 최적화 등 해외 마케팅용 웹사이트에 필수적인 요구사항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용을 무늬만 해외용으로 변경, 해외 바이어의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정부가 선정한 수출기업 1500개 중 다국어 웹사이트를 보유한 311개 업체를 분석한 결과 99% 이상이 국제표준을 준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표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제표준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웹사이트가 안 보이거나, 검색에 노출이 잘 되지 않는 등 많은 문제점이 발생한다. 물론 법적으로 요구되는 웹 접근성과 최근 급부상한 모바일 웹사이트, 친환경 웹사이트 등 모든 면에서 문제점이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수출 중소기업은 드물다. 대다수 수출기업의 경우 ISO 14000 등 분야별 국제표준인증을 획득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회사인 웹사이트의 경우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

#중소기업 온라인 경쟁력이 필요한 이유

수출中企 홈피 99% '무늬만 글로벌'… 웹 국제표준 안지킨다
우리나라 수출 중소기업 대다수가 해외 전시회에 참가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회사와 제품, 기술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전시회는 시간적·공간적으로 제약이 많다. 이제는 홈페이지에 온라인 전시장을 개설해야 할 때다. 365일 24시간 쉬지 않고 각국의 바이어에게 홍보할 수 있는 전략은 하나다. 바이어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구글 첫 페이지 또는 상위 페이지에 회사를 노출시키는 것이다. 온라인을 활용하지 못하는 수출기업의 경쟁력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온라인의 경우 1인 기업이 대기업을 능가하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걸그룹 소녀시대가 일본 시장에 진출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유튜브였다. 남미에서의 K팝 열풍 역시 유튜브를 통해 확산되기 시작됐다. 홍보비용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만약 동일한 효과를 얻기 위해 오프라인 방식으로 홍보를 했다면 막대한 비용이 소요됐을 것이다. 물론 홍보 효과도 보장하기 힘들다.

수출시장 개척을 위해 007가방에 카탈로그와 샘플을 넣고 다니던 시대는 지났다. 정보검색과 제품소싱, 업체소싱, 기초적인 시장조사 등은 인터넷을 통해 한다. 특히 해외 바이어 대다수는 구글 검색엔진을 사용한다. 오프라인 디렉토리의 영향력은 이미 최소화됐다. 명함을 받자마자 바로 웹 사이트부터 방문, 회사 정보 등을 파악한다. 브로셔도 웹사이트에서 내려받는다. 이에 대해 크게 불편해 하는 고객도 없다.

#온라인도 글로벌화가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바이어는 주로 구글 검색엔진을 사용한다. 급변하는 글로벌 온라인 시장을 구글이 사실상 장악, 오피니언 리더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80% 이상의 바이어가 구글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바이어의 90% 이상이 구글 첫 페이지에 떠오르는 웹 사이트를 집중적으로 방문한다고 한다. 구글에서 경쟁국보다 먼저 국가와 회사, 제품, 기술을 첫 페이지에 노출시키는 게 핵심 경쟁요소가 됐다. 그러나 구글에서 우리나라 ‘수출 유망기업’ ‘차세대 100대 수출 유망 기업’의 제품을 검색해보면 상대적으로 뒤에 밀려나 있다. 이런 사실을 아는 CEO나 정부 담당자가 얼마나 될까.

수출中企 홈피 99% '무늬만 글로벌'… 웹 국제표준 안지킨다
문선주 < 펭귄소프트 대표 sunjoo@smarthomepage.co.kr >

△미국 뉴욕시립대 경제학과 졸업 △주한 호주대사관 무역대표부 상무관, 한·중·일 동북아 공개소프트웨어포럼 의원, 정보통신부 공개소프트웨어전문협의회 의원, 한국공개소프트웨어협회 수석부회장, 과학기술정보협의회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