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 다하는’ 직선적인 유대인 비즈니스 미팅서 바로 본론으로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과대의 대니얼 셰시트먼 교수는 지난달 초 이스라엘 건국 후 10번째로 노벨상을 받았다. 매년 한국인 노벨상을 기다리는 우리로서는 부러운 마음이 드는 동시에 유대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전 세계에서 유대인만큼 많이 회자되는 민족도 드물다. 인류 역사에서도 큰 흐름을 주도해 왔다. 다신교에서 창조주 유일신으로 종교의 패러다임을 바꿨고 기독교를 창시했으며, 공산주의를 제안한 것도 모두 유대인들이었다. 자연과학, 인문학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 1300만명에 불과한 민족이 이같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직선적인 성격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유대인의 직선적인 성격은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비즈니스 미팅에서는 ‘준비운동’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빠트림없이, 또 좋고 나쁨의 의사 표현을 분명하게 한다. 질문도 매우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뜸 들이지 않고 쉽게 말을 붙인다.

공식적인 행사에서도 이 같은 성격을 찾아 볼 수 있다. 얼마 전 텔아비브에서 열린 신재생에너지 세미나 현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처음에 40명 정도의 청중이 있었지만 하나둘씩 빠져나가 결국은 10명만 남았다. 미련 없이 자리를 떠나는 청중도 청중이지만 이에 당황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할 말을 다하는 연사로부터 결연함마저 느꼈다.

직선적인 성격은 한국과의 비즈니스에서도 나타난다. 무역관 주선으로 한 한국 수출업체와 이스라엘 바이어가 처음 미팅을 갖는 자리였다. 우리 업체는 첫 만남부터 이스라엘 전역을 커버하는 독점적인 에이전트 권한을 달라는 이스라엘 바이어의 요구에 적잖이 당황했다. 한국 수출업체는 대부분 “몇 개월 동안은 이스라엘 바이어에게 물건을 밀어줄 테니 판매에 최선을 다해보고, 이후 다시 협의하자”는 선에서 마무리한다. 이스라엘 바이어와의 첫 번째 미팅의 공식이다.

유대인들은 자신들이 다른 나라 사람과 달리 직선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을 잘 안다. 그들은 직선적인 성격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필자가 비즈니스 미팅에서 만난 한 유대인은 “몇 개월 미국에서 살다 돌아왔는데 격식 때문에 할 말도 속시원하게 못하고 매번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를 연발해야 하는 상황이 답답했다”며 직선적인 대화의 효율성을 은근히 강조했다.

상대방의 기분과 반응을 살피면서 절제된 언행을 하도록 배운 한국인들은 유대인들의 직선적인 방식을 힘들어 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유대인들이 직선적인 것은 아니다. 개인차도 있고 이스라엘에 이민을 오기 전에 살았던 나라의 문화도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정이 많아서 오히려 가까운 사이에는 직선적으로 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적지 않은 유대인들이 “나는 직선적일지라도 상대방은 직선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모순된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직선적인 것을 불편해 하는 사람도 많다. 한국 등 아시아 국가와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어색하지만 명함을 두 손으로 받거나 대화도 최대한 정중하게 하려도 노력한다.

직선적인 방식은 분명 효율성은 있어 보인다. 한국과 오래 거래해 온 한 바이어는 필자에게 “이스라엘 사람들은 너무 직선적이고 한국 사람들은 격식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며 “둘의 성격을 합쳐 반반씩 나누면 최적의 성격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도 창의적인 사고에 방해가 되는 격식을 줄이면 노벨상이 나올 확률이 높아질지도 모른다.

이선영 KOTRA 텔아비브 무역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