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삼성라이온즈 감독과 이만수 SK와이번스 감독은 닮은꼴이 많다. 고향(대구),중학교(대구중) · 대학(한양대) 선후배 간(이 감독이 5년 선배)이고,프로야구 선수 시절에는 삼성라이온즈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감독 1년차들끼리 코리안시리즈에서 맞붙은 것은 두 사람의 경우가 처음이다. 공통점은 여기까지만이 아니다. 감독에 오른 과정도 그렇다.

우선 두 사람 모두 '깜짝 인사'로 감독이 됐다. 류 감독이 새 지휘봉을 잡은 것은 지난해 섣달 그믐을 하루 앞둔 12월30일.당시 선동열 감독(현 기아타이거즈 감독)은 그해 코리안시리즈에서 SK에 4-0으로 패하긴 했으나,준우승을 거뒀고,이미 두 차례 우승을 거머쥐어 명장의 반열에 올라 있었다. 5년 재계약 기간도 4년이나 남은 상태였다. SK는 더욱 당황스런 케이스다. '야신' 김성근 전 감독에서 이 감독으로 전격 교체가 이뤄진 것은 시즌 중,그것도 후반기인 8월 중순이었다. 당시 SK의 페넌트 레이스 순위는 2위였다.

'깜짝'은 이처럼 표면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는 듯 보였기 때문에 붙여진 수식어다. 올 들어 깜짝 인사를 가장 두드러지게 한 곳은 삼성이다. 삼성테크윈,삼성전자 LCD 사업부,삼성서울병원 사장이 모두 '단칼'에 바뀌었다. 이른바 이건희식 '수시 인사'다. 이들 세 회사 모두 대외적으로 문제가 불거진 곳은 없었다. 그러나 감사,경영평가라는 삼성 내부의 잣대에 의해 환부가 드러나자,연말 정기 인사 때까지 숨기거나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수술대에 올려 버렸다. 그리고 그때마다 조직에는 긴장과 충격이 뒤따랐다.

'류중일 호'와 '이만수 호'가 출범할 때 팬들의 시선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전임자들이 '레전드급'거물이었던 데다 너무 급작스레 감독이 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그 우려를 보란 듯이 떨쳐버리고,데뷔 첫 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었다. 성공 이유 중 하나를 잭 웰치 전 GE 회장이 강조했던 '리더 승계 프로그램'의 작동에서 찾을 수 있다. 삼성은 선 전 감독의 후임자로 외부 명망가를 스카우트하지 않고,내부에서 발탁했다. 류 감독은 대학시절을 빼고는 대구를 떠나 본 적이 없다. 선수와 코치 시절을 합해 삼성라이온즈에 몸 담은 기간만 올해로 24년째다. 올해 유럽축구연맹(UEFA)챔피언스 리그 우승팀인 FC바르셀로나의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이 뼛속까지 카탈루냐 사람이라면 류 감독의 DNA 인자는 대구와 삼성라이온즈다. SK의 승계 프로그램은 더욱 치밀하다. SK는 이 전 감독을 미래 사령탑으로 키우기 위해 5년 전인 2006년 코치 시절 때 스카우트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행33훈에서 "인재 양성을 위해 사관학교식 사장,부사장 양성 코스를 운영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HP는 칼리 피오리나에서 마크 허드,리오 아포테커,멕 휘트먼까지 4명 연속 최고경영자(CEO)를 외부에서 데려 왔건만,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프로야구는 사상 최대 감독 물갈이가 이뤄졌다. 류 감독과 이 감독처럼 두산베어스와 LG트윈스도 시즌이 끝나자마자 김진욱 코치와 김기태 코치를 감독으로 끌어올렸다. 선 감독은 그의 핏속에 흐르는 호남 야구의 터전인 기아타이거즈로 옮겼다. 이들이 연출할 젊은 야구와 그 이면의 '야구 경영'이 어떤 모습일지 설렌다. 야구팬에게 계절은 야구 할 때와 안 할 때 두 철뿐이다.

윤성민 산업부 차장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