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서 돈 번다" 美 슬로머니 붐
미국 버몬트주의 작은 마을 퀴치에는 '파머스다이너'라는 식당이 있다. 이 지역에서 난 농축산물로 음식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세를 탔다. 그 결과 작년 매출은 100만달러에 이르렀다. 작은 식당의 성공으로 지역 농민들은 25만달러의 시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그들이 경작하던 600에이커의 땅도 친환경 농작지로 보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파머스다이너'의 또 하나의 특징은 뉴욕,오클랜드 등 인근 지역 투자자들로부터 150만달러의 투자를 받았다는 것.지역 농산물과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슬로머니'의 대표적 성공 사례다.

미국에서 대기업 주식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패스트머니' 대신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슬로머니'가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은다는 점에서는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과,지역성이 큰 사업에 투자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환경보전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선 사회적책임투자(SRI)와 가까운 개념이다.

전직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우디 태시가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1월 시작한 이 운동은 최근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의 대안으로도 주목 받고 있다. 태시는 "목적도 없는 시위를 벌이는 것보다는 월스트리트에서 약간의 돈을 가져와 우리가 꿈꾸는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슬로머니는 슬로푸드에서 유래된 말이지만 꼭 농작물이나 음식에 국한된 투자만 하는 건 아니다. 동네의 작은 서점이나 철물점 같은 영세 기업에도 투자한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