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1조원대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유동성 위기설과 물량부담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LG그룹 관련주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증권업계는 핸드폰 사업부문 강화 포석 등으로 분석되지만 단기간 내에 효과를 거두기는 힘들 것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3일 LG전자는 전날보다 9800원(13.73%) 하락한 6만1600원에 장을 마감했다.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도 각각 6.32%, 4.46% 하락했다. 개장 초부터 증자설이 돌았지만 LG전자 측이 즉각적인 부인을 하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커졌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LG전자가 내년도 사업비용 충당과 핸드폰 사업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8억8400만 달러(1조원대) 규모의 유상증자를 계획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온라인판을 인용 보도했다.

증시전문가들은 그러나 1조원대 자금이 스마트폰 사업부문에 투입되더라도 단기간 내에 경쟁력이 크게 강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승우 신영증원 IT팀장은 "1조원이 (외신 보도에 따라) 투입된다면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과 관련한 기술력 확보에 힘을 쏟을 수 있을 것"이라며 "자체적으로도 연구개발(R&D) 인력의 이탈을 막고 강화하는 데 쓰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다만 스마트폰 사업부분의 기술력 등을 확보하기 위한 인수합병(M&A) 실탄으로 사용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다고 해서 단기간 내에 스마트폰 사업부문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도 "다만 운전자금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안정적인 환경을 만든다는 측면과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업체들 인수·합병(M&A)할 경우 동원할 자금력이 확보됐다는 측면에서는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팀장은 "하이닉스 인수설에 대해서 선을 긋는 동시에 국내외 기술업체에 대한 새로운 M&A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LG전자의 신용등급과 전망을 잇따라 하향조정하면서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자 미리 자금조달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LG전자가 당장 유동성에 문제를 겪는 것은 아니지만 선제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LG전자가 올해 1조원 이상의 사채를 발행해 차입금 상환을 위해 당장 증자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잇단 신용등급 및 전망의 하향조정과 불투명한 글로벌 경제 환경을 염두에 두고 증자를 실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LG전자의 장기채권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강등했고 무디스와 피치는 LG전자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이 팀장은 "LG전자가 당장 대규모 유상증자를 할 만큼 유동성에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면서도 "최근의 신용등급 강등이나 계속되는 업황부진 등을 고려해 볼 때 상황 타개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인 것은 맞다"고 언급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