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 교역 年100억弗…녹색산업 협력 늘릴 것"
"성장과 분배의 균형은 일자리 창출에 답이 있습니다. "

스티븐 그린 영국 무역투자청장(63 · 사진)은 3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서울파이낸셜포럼 조찬모임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린 청장은 "중소기업에 투자를 집중해 성장을 유도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기업들이 일자리를 늘려야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에 대해선 "영국의 아시아 핵심시장(key market)이 될 것"이라며 "지난해 100억달러(11조3000억원)였던 양국 교역 규모를 더욱 늘리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국과 영국의 유망한 경제 협력 분야로는 저탄소 녹색산업을 꼽았다. 그는 "한국의 풍력 터빈 기술(바람을 에너지로 바꾸는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영국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녹색에너지 산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두산중공업이 1억7000만파운드(3050억원)를 투자해 영국 스코틀랜드에 풍력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기로 하는 등 양국 간 녹색산업 협력은 활기를 띠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와 관련, 그린 청장은 "결과적으로 영국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 가입하지 않았던 것은 옳은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영국 전체 수출에서 유로존이 차지하는 비중이 47%에 달하기 때문에 이탈리아 스페인과 같은 유럽 경제대국이 재정난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영국 경제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경제가 유럽 재정위기 속에서 재도약하기 위해 무엇보다 투자유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세계은행은 유럽 및 주요 8개국(G8) 중 가장 기업환경이 좋은 국가로 영국을 꼽았다"며 "한국 기업들이 영국에 진출하면 유연한 노동시장과 유럽 최저 수준의 법인세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유럽에서 논의되고 있는 금융거래세 도입여부에 대해서는 "세계 금융시스템은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유럽에만 과세의 짐을 지우는 건 적절치 않다"며 반대했다. 맥킨지를 거쳐 1982년 HSBC에 입사한 그린 청장은 1998년 투자은행 부문 상임이사를 지냈고 2003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뒤 2006년 회장으로 선임됐다. 지난해 국제상업회의소 부의장으로 선출됐으며 올해 1월 영국 무역투자청장에 임명됐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