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성과급 이연제' 적용 24곳으로 확대
금융감독원이 성과급 이연제를 포함한 보상원칙 모범규준의 적용 대상 증권사를 총자산 3조원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적용 대상 증권사는 현재 10개에서 24개로 늘어난다. 단기성과에 근거한 증권사의 과도한 성과급 지급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3일 "증권사의 보상원칙 모범규준 이행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며 "현재 총자산 5조원 이상 10개사에 한해 적용하는 것을 중소형사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금감원 관계자도 "모범규준 변경에 앞서 중소형사의 자율적인 도입을 유도하고 있다"며 "자산 규모가 3조원 이상인 14개사가 추가 대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적용 방식도 제각각이어서 모범규준을 제대로 따르고 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감독당국은 금융사의 성과 보상과 관련한 업권별 모범규준을 마련,올해 처음으로 시행에 들어갔다. 모범규준에서는 성과급을 3년 이상에 걸쳐 이연 지급해 성과와 위험을 연계하고 성과급의 50% 이상을 자사주나 주식연계상품 등 회사의 장기성과와 연동해 주도록 하고 있다.

금감원이 이번에 모범규준 적용 대상을 확대하기로 한 것은 지난달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촉발돼 전 세계를 휩쓴 점령(Occupy) 시위를 통해 금융회사의 성과급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적용 증권사를 자산 규모 상위 10개사로 제한하면서 이들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 점도 대상을 늘리게 된 배경이다. 실제 이들 10개 증권사에서 거액의 성과급을 받던 임직원들이 지난해 중소형사로 대거 옮겨가는 일이 발생했다.

증권사들이 금융투자협회에 제출한 '2010회계연도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성과급을 받은 경영진 1인당 연봉은 대신증권이 성과급 3억5100만원을 포함,총 6억93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업체별로 적용하는 임원의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1인당 평균 성과급 의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이 4억2300만원으로 뒤를 이었으며 우리투자(3억8600만원) 삼성(3억6100만원) 대우(3억4200만원) 동양종금(3억300만원) 등 순이었다. 특정 직원 중에서는 삼성증권 직원 7명이 1인당 평균 4억2300만원(성과급 2억8000만원 포함)을 받아 경영진보다 많은 연봉을 받았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