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이 정상회의 폐막에 맞춰 환율 유연성을 강조한 선언을 채택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3일 보도했다. 이는 정부가 환율을 관리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등 환율 문제가 이번 회의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로이터는 G20 관계자의 말을 인용,"정상회의 선언에 '더욱 빠르고 광범위하게 환율 유연성을 달성해야 한다'는 문구가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연한 환율'이란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아 환율이 시장 수급에 따라서만 변하는 상태를 말한다.

G20은 지난해 서울 정상회의에서 "경제 상황을 반영해 시장 결정적인 환율시스템으로 전환하고 환율 유연성 확대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내용의 선언을 채택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여기에 '결단(determination)'이라는 표현 등을 추가해 환율 유연성의 필요성을 더욱 강조할 예정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 같은 선언은 중국에 완전한 변동환율제를 채택하라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고정환율제를 채택했던 중국은 지난해 6월부터 관리변동환율제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정부가 환율을 조정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부가 수출 증대를 위해 위안화를 인위적으로 저평가했고,이 때문에 세계 교역의 불균형이 초래됐다는 것이다.

G20의 재계 대표 그룹인 비즈니스서밋(B20)도 중국 위안화를 비롯한 주요 신흥국 통화의 역할 확대를 요구했다. B20은 성명을 통해 "미국 달러가 지배하는 기축통화 체제가 세계 경제에 위험을 증폭시켰다"며 "위안화 등 신흥국 통화도 기축통화에 포함시켜야 하고,그러기 위해서는 위안화도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3일 개막한 G20에서는 일본 정부가 독단적으로 환율 시장에 개입한 것에 대한 성토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엔고를 막기 위해 지난달 31일 다른 나라와 상의 없이 10조엔(150조원)을 투입해 달러를 사들였다.

이에 대해 프랑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의 조치가 여러 나라를 파괴적인 환율전쟁으로 몰아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정부 관계자도 "이기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해법에 대한 논의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국가들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대에 중국 브라질 등 신흥국이 참여해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신흥국들은 유로존이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한발 물러서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G20 차원의 공동 대책이 나오기 힘들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