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다가 코스닥시장으로 발길을 돌린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 노벨리스코리아의 기업공개(IPO) 주관사 관계자는 이렇게 답했다. 직접적인 표현은 삼가했지만 코스닥시장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었던 답답함이 묻어 나왔다.
노벨리스코리아는 국내 대표적인 외국인 투자기업이다. 경북 영주와 울산에 아시아 최대 알루미늄 압연 설비를 갖추고 한해 2조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 있다. 모기업 노벨리스는 한국을 비롯해 북미 유럽 등 11개국에 공장을 두고 1만20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글로벌 기업이다. 외형이나 사업영역을 볼 때 코스닥시장보다는 유가증권시장이 더 어울린다. 고려아연이나 풍산 같은 비철금속 기업들도 이미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다.
노벨리스코리아는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했었다. 하지만 상장 심사를 맡은 한국거래소가 두 차례의 심의 끝에 미승인 처분을 내려 상장이 좌절됐다. "사외이사 숫자를 이사회의 절반 이상으로 늘리라"는 거래소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서였다. 당시 노벨리스코리아는 국내 상법상 '사외이사가 이사회의 4분의 1 이상일 것'이란 상장 요건을 충족하고 있음에도 거래소가 과도한 요구를 했다고 주장했다.
노벨리스코리아는 결국 유가증권시장 상장 계획을 접고 코스닥 행을 택했다. 현재 이사회 6명 중 2명인 사외이사 수도 이사회 7명 중 3명으로 확대할 것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거래소가 요구한 '절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성의' 는 표시하는 셈이다. 상장 심사 과정에서 협조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협조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외투기업의 국내 상장 허용은 신중해야 한다.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외국인 대주주나 모기업을 견제할 수 있는 적절한 장치를 두는 게 바람직하다. 문제는 형평성이다. 외국에 근거지를 두고 국내 증시에 상장한 외국기업 중 거래소가 사외이사 수를 규제한 사례는 없었다. 글로벌 우량 기업 상장 유치에 나선 거래소가 국내에서 사업하며 고용까지 일으키는 외투기업을 역차별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안재광 증권부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