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홀리데이 컬렉션은 또 어떤 게 나올 예정인가요?”
요즘 맥(M.A.C)코리아 직원들은 고객들의 질문을 받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연말 파티룩에 잘 어울리는 ‘글리터&아이스(Glitter and ice)’ 테마의 홀리데이 컬렉션을 4일 출시한다는 보도 때문.맥이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여러 테마의 홀리데이 컬렉션을 출시하겠다고 하자 글리터&아이스 테마 이후에 나올 제품을 문의하는 고객이 많은 것이다.

맥의 한정판 제품은 출시된 뒤 2~3주면 전부 팔려나가기 때문에 인기 컬렉션이 나올 때마다 선점하려는 고객들의 문의가 잇따른다.지난 2009년 2월에 나온 헬로키티 컬렉션은 백화점 문을 열기 전부터 고객들이 줄을 서서 번호표를 받기도 했고 올해 3월 나왔던 원더우먼 컬렉션 역시 3주 만에 전체 물량이 품절됐다.

세계 1위 메이크업 브랜드 맥의 한정판 제품들은 모두 제임스 게이저(James Gager·사진) 맥 크리에이티브디렉터 겸 수석부회장의 손을 거쳐 탄생한다.그는 3일 본지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내년 겨울 컬렉션 작업까지 이미 끝마쳤고 내후년 봄·여름 제품을 기획하는 단계”라며 “주변의 모든 것을 관찰하고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뉴욕 소호에 있는 맥 본사를 오픈 공간으로 만든 것도 그가 도맡아 한 일.유리 파티션을 통해 모든 직원은 그의 기획 작업을 볼 수 있고 수시로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다고.

한정판 제품의 인기 비결을 묻자 게이저 수석부회장은 “소비자들은 남들이 갖지 못한 나만의 특별한 것을 갈망한다”며 “특히 한정판은 패키지(용기 디자인)를 독특하게 만들기 때문에 2개를 구입해 1개는 기념으로 보관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맥은 세계 4대 컬렉션(뉴욕,파리,밀라노,런던)의 200여개 백스테이지에서 모델의 메이크업을 담당하고 있다.최신 트렌드를 가장 빨리 알아 제품에 반영할 수 있는 셈이다.그가 내놓는 한정판 제품은 매달 최소 2~3개.2009년엔 35개를,작년에는 28개의 한정판 제품을 내놨고 모두 2~3주 안에 품절됐다.

내년에 국내 출시할 제품 중 기대하는 한정판이 있냐고 물었다.게이저 수석부회장은 “내년 여름에 복고풍을 가미한 마린룩 컨셉트로 ‘브론징 컬렉션’을 내놓을 예정”이라며 “유머러스하고 복고적인 감성을 맥만의 방법으로 재탄생시켜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한다”고 귀띔했다.한국 시장의 특징을 묻자 그는 “한국 소비자들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다양한 컬러에 과감히 도전하면서 진정으로 메이크업을 즐기고 있다”며 “맥뿐만 아니라 모든 메이크업 브랜드에게 있어 한국시장은 아주 특별하고 중요한 시장”이라고 답했다.

그의 독특한 감성은 바비,헬로키티,원더우먼 등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캐릭터를 제품에 반영하면서 크게 히트를 쳤다.블랙의 심플한 용기가 특징인 맥에서 컬러풀한 캐릭터를 담아 복고 느낌의 제품을 내놓자고 하자 내부에서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고.그러나 그의 예감은 주효했고 3개 컬렉션은 모두 최단기 완판(완전 판매) 기록을 세웠다.결국 그가 맥으로 온 1999년 이후 맥은 에스티그룹 내의 모든 브랜드(에스티로더,달팡,크리니크,랩시리즈,오리진스,라메르,바비브라운 등) 중 가장 빠르게 성장했다.“첨단을 걸으면서도 사업가의 마인드를 지니고 있으며 미래 트렌드를 예견하는 아주 신비한 능력을 가진 사람”(존 뎀시 에스티 로더 그룹 회장)이라는 평가도 그래서 나온 것.

그는 어디서 영감을 받을까.게이저 수석부회장은 “후식으로 나온 소르베를 먹다가 그 색감을 보고 문득 새로운 컬러 제품을 기획하기도 하고 TV를 보다가 옛날 영화에서 영감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그는 미국의 미술대학원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에서 산업 디자인 학사,패키지 디자인 석사 과정을 마친 뒤 1976년 에스티로더 브랜드에서 일하기 시작했다.그의 톡톡 튀고 트렌디한 감성을 일찌감치 알아본 레너드 로더(에스티로더 그룹 명예회장)와 존 뎀시(에스티로더 그룹 회장)가 맥에서 일할 생각이 없냐고 제안,1999년부터 맥으로 옮겨 크리에이티브디렉터 일을 맡았다.그의 뛰어난 기획력을 인정한 맥은 지난해 그를 수석부회장으로 전격 승진시켰다.

향후 목표를 묻자 그는 “일을 즐기면서 계속 재미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게이저 수석부회장은 “메이크업은 자기 스스로를 더 멋지게 만들어주면서 그 과정이 재밌어야 한다”며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독창적인 제품으로 계속 모두를 놀래키고 싶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