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미국 의회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싸우면서도 우리 일(한 · 미 FTA)에는 협조를 했다"며 "거의 그런 기회(상 · 하원 합동의회 연설)를 주지 않는데 나를 공식적으로 초청해줬다"고 3일 말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프랑스 칸을 방문한 이 대통령은 이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이같이 밝혔다고 최금락 홍보수석이 전했다. 이날 국회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반대로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가 좌절된 데 대한 안타까움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청와대도 한 · 미 FTA비준안 처리가 무산되자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실력 저지를 비판했다. 특히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문제 삼아 비준안 처리를 막고 있는 점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현대자동차나 삼성전자 등 우리 기업도 해외에 수많은 투자를하고 있는데 ISD를 어떻게 하지 않을 수 있느냐"며 "쌍무협상은 조건부 비준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하루빨리 한 · 미 FTA를 비준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다른 핵심참모는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인 FTA 비준안은 정부로서는 최선을 다한 협상안"이라며 "국회법 절차에 따라 찬성이면 찬성，반대면 반대를 해서 표결해주는 게 민주주의 원칙인 만큼 신속하게 처리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유럽 순방 기간인 이날 비준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 좌절된 책임을 여당 원내 지도부에 돌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민주당의 반대는 이미 예상된 고정 변수였던 만큼 여당의 치밀한 협상 전략 부재가 이날 비준안 처리 무산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야당과 협상을 하면서 미리부터 이것저것 다 줘버리니，안 그래도 FTA를 하기 싫은 야당이 협상 대상이 아닌 ISD를 문제 삼아 버티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칸(프랑스)=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