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유럽발(發) 훈풍에 사흘 만에 급반등한 가운데 삼성전자 주가가 9개월여 만에 장중 100만원 고지를 재탈환했다.

증권업계에선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최근 증시를 끌어올린 정보기술(IT)주 동향이 단기적으로 코스피지수 향배를 결정지을 중요한 변수라고 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전기전자업종지수는 지난달 14.31% 뛰어 같은기간 코스피지수(7.87%) 상승률의 두배 가까이 올라 시장을 이끌었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3일까지 1.44% 하락하는 데 그쳐 코스피지수(-2.04%) 의 하방경직성을 높이는 모습이었다.

4일 오전 11시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1.24포인트(2.74%) 뛴 1921.30을 기록 중이다. 같은시간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3만3000원(3.41%) 오른 1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월28일 처음으로 100만원을 돌파해 장중 101만4000원까지 상승,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후 '차(자동차)·화(화학)·정(정유)'의 그늘에 가려 하락세를 타기 시작한 주가는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 등으로 내리막길을 걸은 끝에 지난 8월19일 장중 67만20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주가는 최근 'V자형' 반등세를 이어가 저점 대비 48% 이상 상승, 100만원선을 회복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가 100만원까지 오르면서 시가총액은 147조2990억원으로 불었다. 시가총액 비중 역시 지난 8월초 10%를 기록한 이후 3.4%포인트 이상 뛰어 13.43%까지 높아졌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부 이사는 "D램 메모리 산업 내 구조조정 효과와 함께 애플과의 격차 줄이기에 대한 기대 등이 최근 삼성전자 주가를 끌어올렸다"면서 "올 상반기 '차·화·정' 주도주 장세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부분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100만원을 돌파한 이후에도 양호한 주가 흐름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안성호 한화증권 기업분석팀장은 "3분기 실적에 비춰 이익의 '질'이 개선됐다는 점에서 이번 100만원 돌파는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며 "미국, 유럽 등 해외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새로운 엔진을 장착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전기전자 업종의 영향력이 증시 향방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점쳤다.

김 이사는 "과거 사례에 비춰 주변기업이 힘들 때 우량기업은 더욱 강한 주가 흐름을 보이는 특성이 있다"며 "내년 초 중국 긴축 완화로 차·화·정이 바통을 이어받기 전까지는 삼성전자와 전기전자 업종이 연말 소비 증가 기대를 바탕으로 증시를 지탱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과거 주가 조정기에 비춰 1등주인 삼성전자의 시장 장악력 확대는 역설적으로 시장의 단기 바닥권에 진입하는 변곡점을 의미했다"며 "삼성전자 시가총액 비중 14%는 금융위기 이후 형성된 심리적 임계점으로, 다른 업종의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매력이 커진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이후 삼성전자를 제외한 다른 종목들로 상승세가 확산되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는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삼성전자 주가 100만원이 심리적 저항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삼성전자가 100만원 가까이 오른 과거 사례들에선 이후 코스피지수가 상투를 잡은 적이 많다"며 "3분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100만원대 주가 안착에는 4분기 실적과 중국 긴축 완화 등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오정민·이민하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