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아닌 '이동하는 문화'를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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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년 '여행 가이드' 펴낸 미쉐린의 문화마케팅
내달 한국판 영어버전 발간…책 표지에 팔만대장경 실어
내달 한국판 영어버전 발간…책 표지에 팔만대장경 실어
1900년 프랑스에는 3500대의 자동차가 있었다. 타이어 업체 미쉐린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자동차 판매를 늘리느냐였다. 차를 많이 타야 타이어를 더 팔 수 있어서다.
고심 끝에 여행지와 맛집,주유소 정보를 담은 안내서를 만들기로 했다. 90개국에서 한 해 1700만부 이상 팔리는 세계적 권위의 여행 안내서 '미쉐린 가이드'(미슐랭 가이드)가 등장한 배경이다. 미쉐린은 10년 뒤인 1910년부터는 처음으로 도로에 표지판을 세워 운전자들을 편리하게 만들었다.
올리비에 브로솔레 미쉐린 그린 가이드 총괄 사장(사진)은 4일 프랑스 파리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미쉐린은 자동차 타이어 회사지만 단순히 타이어뿐만 아니라 '이동하는 문화'를 판 것"이라고 말했다.
미쉐린은 한국 문화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6월 한국판 그린 가이드를 발간했다. 미쉐린 가이드는 여행 안내서인 '그린 가이드'와 레스토랑 평가서인 '레드 가이드'로 나뉘어 있다.
브로솔레 사장은 "한국판은 프랑스어 버전에 이어 다음달 영어 버전으로 발간할 예정"이라며 "지난해 프랑스에서 한국과 관련된 여행 안내서가 4000부 팔렸는데 미쉐린 가이드 한국판만 6개월 동안 1800부 판매됐다"며 "미쉐린 가이드가 나온 후 유럽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했다.
한국판 그린 가이드는 표지 사진으로 경남 합천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을 택해 국내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브로솔레 사장은 "한국의 정보기술(IT),자동차 산업 등은 잘 알려져 있지만 유서 깊은 전통과 문화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며 "팔만대장경은 이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기업이 한국 기업보다 더 한국적인 문화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미쉐린은 영문판에 이어 소책자 '서울시티가이드'도 내놓을 예정이다. 브로솔레 사장은 "서울에 2~3일가량 머무르는 비즈니스맨을 겨냥한 책"이라고 했다. 한국 미식가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한국판 레드 가이드는 사전 조사를 통해 발간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미쉐린은 브릿지스톤에 이어 세계 2위 타이어 생산업체다. 지난해 매출은 176억유로(26조7000억원)다.
브로솔레 사장은 "미쉐린 가이드의 매출 비중은 전체 회사 매출의 0.3% 미만으로 사업성은 없다"며 "자동차 관련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로서 사람들이 이동할 때 도움을 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110년 이상 지속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고심 끝에 여행지와 맛집,주유소 정보를 담은 안내서를 만들기로 했다. 90개국에서 한 해 1700만부 이상 팔리는 세계적 권위의 여행 안내서 '미쉐린 가이드'(미슐랭 가이드)가 등장한 배경이다. 미쉐린은 10년 뒤인 1910년부터는 처음으로 도로에 표지판을 세워 운전자들을 편리하게 만들었다.
올리비에 브로솔레 미쉐린 그린 가이드 총괄 사장(사진)은 4일 프랑스 파리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미쉐린은 자동차 타이어 회사지만 단순히 타이어뿐만 아니라 '이동하는 문화'를 판 것"이라고 말했다.
미쉐린은 한국 문화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6월 한국판 그린 가이드를 발간했다. 미쉐린 가이드는 여행 안내서인 '그린 가이드'와 레스토랑 평가서인 '레드 가이드'로 나뉘어 있다.
브로솔레 사장은 "한국판은 프랑스어 버전에 이어 다음달 영어 버전으로 발간할 예정"이라며 "지난해 프랑스에서 한국과 관련된 여행 안내서가 4000부 팔렸는데 미쉐린 가이드 한국판만 6개월 동안 1800부 판매됐다"며 "미쉐린 가이드가 나온 후 유럽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했다.
한국판 그린 가이드는 표지 사진으로 경남 합천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을 택해 국내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브로솔레 사장은 "한국의 정보기술(IT),자동차 산업 등은 잘 알려져 있지만 유서 깊은 전통과 문화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며 "팔만대장경은 이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기업이 한국 기업보다 더 한국적인 문화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미쉐린은 영문판에 이어 소책자 '서울시티가이드'도 내놓을 예정이다. 브로솔레 사장은 "서울에 2~3일가량 머무르는 비즈니스맨을 겨냥한 책"이라고 했다. 한국 미식가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한국판 레드 가이드는 사전 조사를 통해 발간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미쉐린은 브릿지스톤에 이어 세계 2위 타이어 생산업체다. 지난해 매출은 176억유로(26조7000억원)다.
브로솔레 사장은 "미쉐린 가이드의 매출 비중은 전체 회사 매출의 0.3% 미만으로 사업성은 없다"며 "자동차 관련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로서 사람들이 이동할 때 도움을 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110년 이상 지속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