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동반성장위원회가 4일 발표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2차 품목’ 25개 가운데 식품업종에서 두부,어묵,김,김치,식빵,원두커피 등 6개 품목이 대거 포함됐다.이 때문에 CJ제일제당,SPC그룹,풀무원,동원F&B,대상 등 웬만한 종합식품기업들이 모두 직·간접적 영향권에 들게 됐다.

이번 권고안에 따라 CJ제일제당은 ‘포장용 대형 판두부’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국내 전체 판두부 시장은 연간 1700억원 수준으로,이 중 CJ제일제당의 매출은 30억원 선이며 주로 급식업체에 납품해왔다.회사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 “판두부 시장은 외식시장 확대에 따라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지만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존중한다는 측면에서 자진 철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PC그룹 계열의 삼립식품도 일반 소매점과 휴게소에서 판매하는 ‘햄버거빵’ 사업을 접기로 했다.삼립식품의 연간 식빵 매출 350억원 가운데 12%(40억원) 규모다.SPC그룹 관계자는 “롯데리아 맥도널드 버거킹 등 대형 프랜차이즈를 포함한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은 그대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에 전념할 것”이라며 “매출 감소분에 대한 보전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부시장 1위인 풀무원은 사업 철수 대상은 없으나 주력인 포장두부가 ‘확장 자제’ 품목에 포함됨에 따라 50% 선인 시장점유율을 더 높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대상의 계열사로 김치시장 1위 업체인 대상FNF는 초등학교에 이어 중·고등학교 급식시장으로 납품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동반위의 ‘확장 자제’ 권고에 따라 제동이 걸리게 됐다.

김 시장 1위인 동원F&B도 B2B 사업 확장을 자제하라는 동반위 권고를 받아들인다는 방침이다.

원두커피는 B2C(기업 대 소비자 간 거래) 시장 확장을 자제하라는 동반위 발표에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동서식품 관계자는 “전체 원두커피 시장은 연 1500억원 규모지만 대부분 테이크아웃 전문점에 공급되는 B2B 물량 위주”라며 “몇몇 업체가 원두를 직접 판매하고 있지만 매출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업체들은 이번 발표로 당장의 매출 타격은 크지 않지만 ‘미래의 성장 기회’를 잃어버린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한 대형 식품업체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전체 매출의 1~2%라도 잘 해오던 사업을 버린다는 건 힘든 결정”이라며 “사회적 논의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동반위 방침에 따르기로 했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동반위가 이들 품목에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자제하도록 권고함에 따라 최근 몇년간 상당수 식품사들이 중소업체 인수를 통해 취약 영역을 보강해왔던 경영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업계 관계자는 “상대 업체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원하고 사회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없는 수준의 M&A에 한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부 업체는 동반위 발표가 ‘반발짝 앞서 나간 것’이라며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대상 관계자는 “큰 틀에서 합의된 내용이지만 기존 사업의 구체적인 정리 방안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