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이탈리아, 그리스 꼴 나기 전에 부채 줄여라" 압박
프랑스 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4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정상들은 국제통화기금(IMF) 재원 추가 확대를 통해 그리스 등 재정위기에 처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을 지원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또 2015년 이전까지 IMF의 결제수단인 특별인출권(SDR)의 바스켓 통화 구성을 변경하기로 했다. 중국 위안화 절상과 관련해서는 처음으로 환율 유연성 확대 노력 부분을 공동성명서에 명시했다.

◆이탈리아로 확산 차단

G20 정상들은 공동성명서에서 이탈리아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탈리아가 재정건전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연금제도 등을 개혁하지 않으면 그리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이미 승인된 600억유로 재정패키지를 이행하고 내년부터 국가부채를 줄여 2013년까지 균형재정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로이터통신은 정상들이 그리스 다음으로 취약한 이탈리아가 재정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분주히 움직였다고 전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문제는 이탈리아 정부의 정책 이행력"이라고 압박했다.

G20 "이탈리아, 그리스 꼴 나기 전에 부채 줄여라" 압박

◆IMF 재원 추가 확대에 합의

G20 정상들은 유로존 지원 등을 위한 IMF 재원 추가 확대에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재원 조달 규모와 운용 방법에 대해서는 내년 2월 열리는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검토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서울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쿼터(지분) 개혁안은 조기 이행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IMF의 가용 재원은 4000억달러 정도다. 개혁안은 이를 브릭스(BRICs ·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한국 등의 쿼터 확대를 통해 7600억달러로 늘리는 내용이 골자다. 정상들이 이번 회의에서 가용 재원의 추가 확대에 합의함에 따라 재원은 7600억달러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시스템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금융안전망도 더욱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를 위해 유동성 지원제도(PLL)를 신설했다. PLL은 기존 예방대출제도(PCL) 기능을 위기 예방에서 해결까지로 확대하고 6개월 단기 유동성 지원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위안화 실리 챙긴 중국

IMF의 SDR를 구성하는 바스켓에 다른 통화를 편입시키는 문제는 2015년 이전에 마무리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중국 위안화를 바스켓 통화에 포함시키겠다는 의미다. SDR 바스켓에는 현재 달러,유로,엔,파운드화가 포함돼 있다.

G20 산하 재계그룹인 B20은 지난 2일 "달러가 지배하는 지금의 기축통화 체제가 세계 경제 위험을 증폭시켰다"며 "위안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들도 편입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자국 통화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기 위해 SDR 바스켓에 위안화를 편입시키려고 애써왔다.

주요 쟁점이던 중국 위안화 절상 문제와 관련해서는 최근 이뤄진 중국의 시장 펀더멘털에 기반한 환율 유연성 제고 방침을 환영한다고 명시했다. 공동성명서 안에 중국의 환율 유연성 확대 노력 부분을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상들은 또 경쟁적 평가 절하를 금지하기로 약속했다.

한편 G20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투자 등과 관련해서는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G20 가운데 어느 국가도 EFSF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장성호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