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증권사 등 금융회사가 퇴직연금을 운용할 때 '70%룰'이 다음달부터 적용되지만 금융회사가 제대로 준비를 못해 소비자들의 불편과 혼선이 우려되고 있다. 70%룰이란 금융회사가 퇴직연금에 들어온 돈을 굴릴 때 정기예금 주가연동증권(ELS) 등 자사 원리금 보장상품의 편입비율을 70% 이하로 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이 같은 규정의 적용을 받는 대상은 확정기여(DC)형의 경우 5000만원 이상,확정급여(DB)형의 경우 회사별 적립금이 10억원 미만인 경우다. 이에 해당하는 가입자는 12월1일부터 정기예금이나 ELS의 만기가 돌아오면 70%를 초과하는 원리금 보장상품은 다른 금융회사의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옮겨야 한다. 예를 들어 A은행에 DC형으로 1억원을 가입해 이 돈이 모두 정기예금으로 운용되고 있으며 다음달 15일 정기예금의 만기가 돌아오면,3000만원 이상을 다른 은행 정기예금으로 돌려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가입자는 은행 점포 등을 방문해 새로운 금융회사를 지정하고 서명해야 한다.

문제는 은행의 전산시스템 개발이 늦어 이런 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은행은 다른 모든 은행의 정기예금 등으로 자금을 돌릴 수 있도록 전산개발을 마쳐야 하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시간이 부족해 잘해야 1~2개 은행과는 자금교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들이 A은행에 와서 D은행의 정기예금으로 이동시키려고 해도 전산이 뒷받침되지 않아 부득이하게 B은행이나 C은행으로 자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보험사와 증권사의 경우 아직 전산망 개발을 시작도 못한 상태여서 문제가 더 크다는 지적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