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야당 의원들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장을 점거했던 지난 3일,회의장 주변은 국회의원과 보좌진 취재진 등으로 북새통이었다.

이 와중에 회의장 주변을 꾸준히 지킨 한나라당 의원은 남경필 외통위원장을 제외하고 한 명도 없었다.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 다수가 소속 상임위와 상관없이 회의장 주변을 수시로 찾은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하루 전인 2일 남 위원장이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이 앉아 있던 의자를 들다가 김 의원이 넘어지는 상황이 연출되자 한나라당 관계자 사이에서는 "아이고,저러면 안 되는데"라는 탄식이 나왔다.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 의원이 몸싸움에 앞장서는 모습으로 비쳐져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실제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놓고 갈등이 시작된 이후 한나라당 의원이 몸싸움에 적극 나선 적은 없었다. 회의장 점거까지 불사하는 야당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점잖은' 모습이다.

당 지도부는 아예 '카메라 주의보'를 내렸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4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FTA와 관련해 언론에 노출되는 의원들의 모습이 바람직하지 않게 비쳐질 때가 없지 않다"며 "근신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렇게 '몸싸움 경계령'이 내려진 것은 한나라당 의원 22명이 지난해 말 19대 총선 불출마를 걸고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22명 의원 중 외통위 소속은 남 위원장을 포함한 4명이다. 이들이 앞장서지 않는데다 다른 의원들 역시 이들의 눈치를 보느라 소극적으로 움직인다는 지적도 있다.

외통위 소속 한 한나라당 의원은 "몸싸움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의원이 있는 상황에서,무리하게 밀어붙이기도 어렵고 마냥 야당을 기다릴 수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