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보험사들, 유치에 생존 건 경쟁
퇴직연금시장을 놓고 은행 증권 보험 등 국내 57개 금융회사 간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연내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하려는 기업 수요가 몰리면서 4~5개 금융사들의 합동 설명회도 다반사다.
◆연말에만 10조원 유입될 듯
종전 퇴직금 제도를 퇴직연금으로 전환하려는 기업 수요가 급증한 것은 세제 개편 때문이다. 기존 제도를 유지할 경우 퇴직금 사내충당금에 대한 법인세 손비인정 혜택이 작년까지만 해도 30%가 유지됐으나 올해부터는 25%로 축소된다. 이 비율은 매년 5%포인트씩 줄어 2016년 완전 소멸된다. 반면 퇴직연금으로 바꾸면 이 비율이 100%로 높아진다.
이에 따라 회계결산을 앞두고 종전 퇴직보험 · 신탁을 퇴직연금으로 바꾸려는 기업이 많다. 지난 9월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액이 38조원 규모인데,연말에만 10조원 이상 추가 유입될 것이란 게 관련 업계의 추산이다. 김형남 우리은행 퇴직연금부장은 "연말에 가입하는 기업 중 상당수는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한 것"이라며 "퇴직연금시장이 연내 50조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내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기업은 SK그룹과 기아자동차 대우건설 한국전력 등이다. 이들 기업은 퇴직연금 사업자로 각각 3~4곳씩 선정하는 게 보통이다.
◆DB형이 DC형보다 안전
기업들이 잇따라 퇴직연금을 도입하면서 근로자들의 고민이 더욱 커지게 됐다. 종전과 달리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 중에서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DB형과 DC형은 모두 10년 이상 가입한 다음 55세 이상이 되면 연금 또는 일시금 방식으로 타는 구조다. DB형은 근속 기간에 평균 임금을 곱하는 식이다. 퇴직금이 사전에 확정된다. 근로자가 직접 운용한 다음 추가 수익(손실)을 낼 수 있는 DC형과 차이가 있다. 따라서 임금상승률이 투자수익률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하면 DB형,그렇지 않으면 DC형을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퇴직시점의 급여가 높은 연공서열 체계의 대기업이나 공기업에선 DB형이 추천된다. 임금피크제 대상이거나 이직이 잦다면 DC형이 좀 더 낫다.
DB형에 가입했다가 추후 DC형으로 전환할 수 있다. 반면 DC형에서 DB형으로는 바꿀 수 없다. DB형에 가입했다가 평균 임금이 줄어들기 직전 DC형으로 전환해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국과 일본에선 전체 퇴직연금시장의 70~80%를 DB형이 차지하고 있다.
조재길/김현석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