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4일 국회 밖으로 뛰쳐나갔다.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를 뒤집고 국회 회의를 실력 저지했던 민주당이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반대하는 논리를 담은 전단지를 들고 장외투쟁에 나선 것이다. 내년 총선 · 대선을 겨냥한 야권 연대 고리를 강화하는 차원이다. "제1야당이 의회 민주주의를 스스로 부정하는 '길거리 정치'에 나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손학규 대표(사진)를 비롯해 정동영 · 정세균 최고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역으로 총출동했다. 손 대표는 기업이 상대방 국가가 도입한 정책 때문에 손해를 봤을 때 제3의 중재기구에 제소해 문제를 해결하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절대 반대,한 · 미 FTA 비준 저지'라고 쓰인 어깨띠를 두른 채 시민들을 만났다. 5일에는 명동,6일에는 상암동 농산물시장을 찾아 홍보전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손 대표는 "ISD를 충분히 논의하고 국민 토론을 거쳐 19대 총선에서 묻든지 국민투표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통상 전문가들은 "ISD에 대한 야당의 주장은 본질을 상당히 왜곡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인으로 등록한 신희택 서울대 법대 교수는 "ISD는 국가의 정책을 막으려는 게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가 국가와 분쟁이 생겼을 때 최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야당의 왜곡된 주장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을 어떻게 평가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대치 상황이 계속된다면 국회법이 허용하는 방식으로 비준 절차를 밟아 나갈 수밖에 없다"고 강행 처리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나라당은 본회의 직권상정을 검토하고 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