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허문 父子 경영인 "장수기업 답 찾았죠"
"3년째 가업승계 포럼에 참가했는데 해마다 프로그램이 발전하고 있어요. 내년 행사가 더욱 기대됩니다. "(손장원 이구산업 부장 · 29)

"가업승계를 해야 하는데 아들이 연예인이라 고민이 많습니다. 다른 1 · 2세대들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전해주기 위해 왔습니다. 내년엔 꼭 같이 올 겁니다. "(배조웅 국민레미콘 대표 · 69)

천년 장수기업을 꿈꾸는 중소기업 1 · 2세대들의 축제 '가업승계,아름다운 바통터치' 행사가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리조트에서 4,5일 성황리에 열렸다. 한국경제신문과 중소기업청 주최,중소기업중앙회 · 중소기업은행 주관으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총 75개 중소기업에서 150여명의 창업 1 · 2세대 기업인들이 참가했다.

참석자들은 3년째를 맞은 가업승계 포럼이 한 기업의 1 · 2세대 간은 물론 다른 기업의 1세대 간,2세대 간 '소통의 축제'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끈끈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다른 기업의 성공 노하우를 배우게 된 것도 큰 소득이라고 입을 모았다.

올해 처음 참가한 김두연 동아정밀공업 사원(28)은 "집에서는 아버지와 아들로,회사에서는 경영자와 종업원으로 생활해야 하는 이중적인 관계 때문에 말하기 힘든 딜레마가 있었다"며 "혼자서만 겪는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에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첫날 감동과 웃음이 공존하는 강연과 레크리에이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서먹함을 벗기 시작한 1 · 2세대들은 남아 있는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어 내기 위해 공식 일정이 끝난 뒤에도 늦은 밤까지 소수잔을 기울이며 마음속에 담아놨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150여명의 참가자들은 둘째날 오전 8시에 시작된 명사들의 강연에 메모장과 필기구를 들고 빠짐없이 참석하는 열정을 보였다. '뽀통령'(뽀로로)으로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최종일 아이코닉스엔터테인먼트 대표(46)는 1995년 사업을 시작한 이래 숱한 시행착오를 통해 성공한 스토리를 생생하게 들려줌으로써 참가자,특히 2세들의 눈을 크게 뜨게 했다. 최 대표는 "주변을 둘러보면 특별한 사람들이 성공하는 게 아니라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이 성공한다"며 "실패를 성공의 디딤돌로 활용하는 게 천년 장수기업으로 가는 척도"라고 조언했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최 대표에게 "문화콘텐츠 산업이야말로 금융이 지원해야 할 부문으로 생각한다"고 격려했다. 김문겸 중소기업 호민관(차관급)은 "중소기업이 미래를 내다보고 문화콘텐츠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고 하는 것은 금융산업에 있어서는 혁명과도 같다"고 높게 평가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배상면 국순당 창업주의 딸 배혜정 배혜정도가 대표(55)는 "어렵다고 투정 부릴 때마다 아버지는 항상 '머리를 쥐어 짜보라'며 도전정신과 인내심을 가르쳐주셨다"며 가업승계에 있어 1세대의 역할론을 설파했다.

두 강연을 들으며 A4 크기의 노트 3장을 메모로 빼곡히 채운 김경찬 금강스틸테크&엔지니어링 사장(41)은 "부단히 노력하는 자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진리를 새삼 깨달으며 '내공을 키우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됐다"면서 "내년에도 반드시 오고 주변에도 권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귀포=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