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시 메자닌에코원 공장.블라인드에 줄을 꿰어 기계에 거는 작업에서부터 절단 채색 조립까지 종업원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메자닌에코원은 국내 유일하게 옻칠한 오동나무 블라인드를 생산하는 사회적기업으로 직원은 32명.이 중 14명은 새터민, 3명은 장애인,또 3명은 한부모가정 출신으로 대부분 사회적 취약계층이다.

2008년 설립된 이 회사는 열매나눔재단과 보건복지부가 7억원을 공동 투자해 만든 기업이다. SK에너지도 2억원 규모의 기계설비를 지원했지만 사업 초기 '기업마인드'를 갖추지 못해 설립 8개월 만에 자본금 대부분을 까먹었다. 직원들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납품처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메자닌에코원은 블라인드 유통사업을 했던 이중석 현 사장을 대표로 영입해 기존 경영전략에 대대적인 손질을 가했다. 먼저 사업다각화부터 꾀했다. 고급 재질인 오동나무를 사용하고 거기에 옻칠을 해서 차별화를 꾀했다. 생산품목을 알루미늄블라인드, 선스크린, 커텐 등으로까지 넓혔다.

대형 쇼핑업체인 메가마트에도 '에코원'이라는 독자 브랜드로 입점한 데 이어 초기 2~3곳에 불과한 거래처를 20여곳으로 늘렸다. 덕분에 실적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2009년 4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액이 지난해 14억6000만원으로 급증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는 13억7000만원으로 또 다시 껑충 뛰었다. 연말까지는 28억~29억원의 매출과 함께 올해 처음으로 순이익을 낼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했다. 이 대표는 "최근에는 에코원 제품을 모방한 제품까지 시중에 나오고 있다"며 "'사회적기업 제품은 품질이 떨어진다'는 세간의 인식을 깨 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사회적기업이 도입된 지 4년이 지났다. 그동안 정부 지방자치단체 대기업들이 서로 발벗고 나서 사회적기업 설립을 지원해왔다. 국내에선 흔히 '빵을 만들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만든다'는 말로 사회적기업의 개념을 설명한다. 하지만 스스로 독자적인 경쟁력을 모색하며 일자리창출에 기여하는 사회적 기업들도 많다.

도움에만 의존하던 경향에서 벗어나 사회적 공익성과 기업으로서의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며 취약계층의 일자리창출에 기여하는 업체들이다.

봉제업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적기업 '참 신나는 옷'은 지난달부터 월 1000만원을 받던 정부보조금을 반납하기 시작했다. 지원법에 따라 내년 2월까지 3년간 지원받을 수 있지만 사회적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정부지원을 스스로 중단했다. 이 업체도 초기에는 이스타항공으로부터 승무원 유니폼 제작을 의뢰받아 납품했고 현대자동차와 서울시청 등의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서울 강남의 유명 디자이너와 연계해 그들이 디자인한 최신 트렌드의 의류를 제작하며 상품성을 높이고 있다. 고령자와 장애인 등으로 구성된 직원들의 기술력 향상에도 신경 써 독자적으로 경쟁력을 높인 것이다. 전순옥 대표는 "현재 자립도는 80% 수준이지만 우리 스스로 독립적으로 해보자는 의지가 강해 정부 지원을 반납했다"고 말했다.

전남 여수의 ㈜민들레마을도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경영을 추구하는 사회적기업이다. 다문화 여성과 경력단절 여성 등 사회적 취약계층을 고용하고 있는 이 회사는 초기 김치공장과 간병인 파견 사업에서 최근 도시락과 행사음식 등 식품부문과 카페 운영 및 제빵사업 등으로 사업다각화를 해 나가고 있다. GS칼텍스로부터 초기 1800만원을 지원받았고 삼남석유화학 등 여수산업단지 기업들이 야근자 간식 등으로 구매해주면서 판로 확대에 상당 부분 도움을 받았다.

박복희 대표는 "조미료를 넣지 않고 국산 식자재를 사용하는 다양한 먹거리를 개발,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판매를 늘리고 있다"며 "기업으로부터 약간의 지원만 더 받는다면 1년 안에 자립기반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기업도 설립 3~5년 만에 손익분기점에 이르기 쉽지 않은 만큼 사회적기업에 조금 더 관심과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게 박 대표의 희망이다.


◆ 사회적기업

이윤창출과 사회적 책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실행하면서 고용을 창출하는 조직이다. 정상적으로 취업이 어려운 취약계층에 직업훈련과 일자리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사회문제 해결의 혁신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