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고수도 '발등' 찍힌 ELS
친구들에게 재테크 고수 소리를 듣는 이상욱 씨(46)는 이번에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 이씨는 지난 2월 LG전자와 KB금융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3년 만기 조기상환형 주가연계증권(ELS)에 1억원을 가입했다. 이들 기초자산의 주가가 가입 때보다 45% 이상만 안 빠지면 연 12.50%의 수익을 올리는 구조였다. 그런데 지난주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한 LG전자가 원금손실한계선(녹인 배리어 · knock-in barrier)인 6만3500원 아래에 있어 큰 손실을 볼 위기에 처해 있다. 이씨는 "거의 반토막만 안 나면 원금 손실은 없는 건데 누가 이럴 줄 알았느냐"며 하소연했다. 이제 6개월마다 주어지는 조기 상환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만기 때 LG전자 하락률만큼 손해를 봐야 하는 처지다.

LG그룹 계열사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 주말 기준 7500억원가량의 LG그룹 계열사 관련 ELS가 원금손실한계선을 찍은 상태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그룹 계열사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ELS의 발행 잔액은 1조34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56%에 달하는 7550억원이 '녹인 배리어'를 찍었다.

계열사별로는 LG전자 관련 ELS 발행 잔액 3800억원 중 75%인 2850억원이 원금손실한계선을 터치했다. LG디스플레이 ELS는 3100억원 중 2480억원(80%),LG이노텍 ELS는 2000억원 중 1900억원(95%)이 녹인 배리어를 찍은 상태다. LG이노텍 ELS는 전체 발행 ELS 대부분이 손실한계선을 건드린 셈이다.

전문가들은 ELS 만기가 1년 이상 남은 투자자라면 일단 조기 상환 기회를 노려볼 것을 권했다. 녹인 배리어를 터치했더라도 환매 없이 만기일까지 들고 가다 조기 상환 기준일이나 만기일에 기초자산 주가가 사전에 약속한 수준까지 올라오면 손해를 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3년 만기면 두 기초자산의 주가가 최초 기준가 대비 90% 이상(6 · 12개월),85% 이상(18 · 24개월),80% 이상(30개월,만기평가일)이면 상환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