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가계 대출금리가 수신금리보다 2배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억제하도록 지도하면서 가계대출 금리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한 결과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예금 · 적금 · 금융채 등 은행의 자금조달 금리를 나타내는 수신금리는 작년 말 연 2.85%에서 지난 9월 말 3.1%로 9개월 동안 0.25%포인트 상승했다.

이 기간 가계 대출금리는 연 5.35%에서 5.86%로 0.51%포인트나 올랐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작년 말 연 4.71%에서 5.23%로 0.52%포인트 상승했고,신용대출은 6.65%에서 7.36%로 0.71%포인트 증가했다. 기업 대출금리가 올 들어 수신금리 상승폭과 비슷한 0.27%포인트 증가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총액은 약 449조원선이므로,만약 가계대출 금리 인상폭이 수신금리 인상폭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면 대출자들은 총 1조1000억원의 이자를 덜 낼 수 있었던 것으로 추산된다.

은행권이 가계대출 금리만 급격히 높인 이유는 금융감독 당국의 가계부채 증가세 억제 정책 때문이다. 금융감독 당국은 지난 4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은행들의 가계부채 증가세를 명목성장률 이하로 관리하도록 은행권에 요구했다. 이 결과 농협과 우리은행 등 일부 은행들이 지난 8월 중순 가계대출을 일시 중단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시장금리가 일제히 올랐다면 가계대출 금리 또한 오르는 것도 당연하겠지만，가계대출 금리만 '나홀로' 급등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대출금리는 은행의 수신금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정상적"이라며 "가계대출 금리가 수신금리에 연동되도록 금리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율을 금융감독 당국의 요구 범위 내에서 관리하기 위해서는 대출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며 항변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