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악재에도…내성 강해진 국내증시
그리스 구제금융안에 대한 국민투표안은 한 차례 해프닝으로 결론났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 증시를 눌러왔던 미국과 유럽발 불안심리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당장 그리스발 악재가 잦아들자 이탈리아 국채가 급등하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다만 최근 터진 글로벌 악재에 대해 국내 시장이 보여준 맷집은 위안거리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 1900선을 중심으로 한 박스권 등락을 예상하고 있다.

그리스 의회는 지난 주말 국내 증시 마감 후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의 내각 재신임안을 진통 끝에 통과시켰다. 또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은 국제통화기금(IMF) 재원을 추가하기로 합의했다. 다분히 호재성 뉴스들이지만 시장 반응은 우호적이지 않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리스 사태가 마무리되자 시장 불안심리가 이탈리아 시장으로 옮겨 가고 있다"며 "이번주 초 일시적으로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드러난 유럽의 복잡한 정치 지형도는 이탈리아 국가부채에 대한 불안감을 다시 키우고 있다. 지난 주말 G20 정상들도 IMF 재원을 증액한다는 원론에만 합의했을 뿐 구체적인 세부안을 확정짓지 못했다. 지난 4일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 증시는 2% 이상 급락했으며 뉴욕 증시도 0.5% 안팎 하락했다.

다만 최근 국내 증시가 외부 변수에 대한 내성을 키워가고 있어 하락하더라도 낙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7~8일 EU 재무장관 회의를 통해 보다 진전된 유럽발 위기의 해법을 제시할 경우 제한적인 반등은 가능할 전망이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까지 유럽 사태 진행 상황에 따라 시장은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며 "1900선 위에서 공격적으로 사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1년 이상 지속됐던 중국 정부의 재정 · 통화 긴축 정책이 완화될 조짐은 국내 증시에 심리적 호재가 될 수 있다. 9일 발표될 10월 중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대로 낮아질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공매도 금지 해제(9일),옵션만기일(10일),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11일) 등 이벤트가 이어진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 미칠 파급력은 크지 않다고 증권가에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조정장이 나타날 경우 삼성전자,현대차,포스코와 같은 업종 대형주나 통신 등 전통적인 배당주 메리트가 부각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