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남북관계 개선 도움된다면 김정일 만나러 평양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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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재포럼 참석 하토야마 유키오 前 일본 총리
한국의 무상급식은 포퓰리즘
자립·자생·맞춤형 복지 추구…박근혜 前 대표 생각에 공감
한·중·일 관계 교육 통해 해결
3개國 대학이 함께 인재육성…'캠퍼스 아시아' 연내 본격화
한국의 무상급식은 포퓰리즘
자립·자생·맞춤형 복지 추구…박근혜 前 대표 생각에 공감
한·중·일 관계 교육 통해 해결
3개國 대학이 함께 인재육성…'캠퍼스 아시아' 연내 본격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러 평양에 가겠다. "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는 "한국과 일본 정부로부터 방북 요청이 들어오면 적극 검토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현 일본 총리도 그런(방문)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그는 무상급식 · 반값 등록금 등 최근 한국 사회에 불고 있는 복지 포퓰리즘에 대해 무상급식은 포퓰리즘의 전형이라고 규정한 뒤 "재정 상황을 무시하고 추진하는 복지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들도록 법인세를 더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인재포럼(11월1~3일) 참석차 한국에 온 일본 정계의 대표적 친한파인 하토야마 전 총리를 지난 2일 만났다. 그는 동북아 정세와 엔고 현상 등 현안에 대해 솔직한 입장을 피력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류우익 통일부 장관을 잇달아 만나셨습니다.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눴습니다. 박 전 대표와는 원래 30분가량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늘어나면서 한 시간 정도 했습니다. 복지정책에 대해 통하는 게 많았습니다. 류 장관과는 대북 지원과 일본인 납북자 정보 등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습니다. "
▼박 전 대표와의 회동에서 경색된 남북관계를 푸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요.
"대화를 나누며 개인적으로 박 전 대표로부터 받은 느낌은 '이분이 김 위원장과 말이 통하겠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박 전 대표는 내게 김정일에 대한 인상을 물어봤고 나는 '김정일이 신뢰를 갖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 일 양국 정부가 나에게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방북을 요청해오면 평양에 갈 것입니다. 류 장관에게는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
▼한국에선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가장 큰 화두가 복지입니다. 복지 포퓰리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재정을 무시하고 복지 정책을 펼치는 것은 좋지 않아요. 국민의 눈으로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검토하고 재정을 고려해야 합니다. 한국의 무상급식은 포퓰리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9년 치러진 일본 중의원선거에서 내가 '자녀수당'이라는 공약을 내놨습니다. 중학생 이하 자녀 한 명당 월 1만3000엔(18만원)을 주자는 것이었죠.일본은 저출산 고령화사회이며, 당시 일본 정부는 고액소득자에 대한 부양공제 등을 폐지하고 상속세 기초 공제 정액 부분을 인하해 그 재원으로 자녀수당을 지급했습니다. 부양공제 등을 없앴다는 것은 대체 재원을 마련했다는 뜻이죠.따라서 자녀수당 정책은 포퓰리즘이 아닙니다. 박 전 대표와 복지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습니다. '자립 · 자생 · 맞춤형 복지' 세 가지 조건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습니다. 이는 내가 주장하는 새로운 개념의 '공공'과 같은 맥락입니다. 무조건적인 복지가 아니라 박 전 대표가 추구하는 복지에 동의합니다. "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최근 미국 의회를 통과했습니다. 한 · 일 FTA에 대한 입장은.
"일본은 여러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는 한국과의 관계 확대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한 · 일 FTA의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맛있는 한국의 김이 일본에 들어오면 일본의 김 업계는 분명 피해를 입을 것입니다. 반대로 일본의 자동차 부품이 한국으로 대량 수출되면 해당 업체는 손해를 볼 수 있죠.이를 해소하기 위한 양국 간 노력이 필요합니다. 삼성과 현대 제품이 세계에서 잘 팔리지만 일본에선 잘 팔리지 않는 게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해소될 것이며 한 · 일 국민들끼리 신뢰를 쌓아가야 합니다. "
▼한국의 야당이 한 · 미 FTA 비준안을 몸으로 막고 있는데요.
"일본은 아직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았습니다. 일본은 아시아 · 태평양지역 9개국이 참가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협상을 서두르고 있고 가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무런 조건 없이 서로가 무역을 개방하자는 것입니다. 일본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일부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요. 한 · 미 FTA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한국의 농민 등 해당 종사자들 걱정은 클 겁니다. 일본도 마찬가지고요. 정부는 국민들을 위해 좀더 정확하고 자세한 정보를 알려줘야 합니다. "
▼일본 정부가 최근 환시장에 개입했습니다. 정부 개입으로 국가 간 의도하지 않은 환율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데요.
"일본의 엔고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달러 대비 엔 가치가 1엔(15원) 오를 때마다 자동차 업계는 800억엔(1조1400억원)의 손해를 봅니다. 금융당국인 일본은행이 엔고 현상에 대해 서둘러 대처해야 하며 적당한 대책을 내놔야 합니다. (엔화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장기적으로 일본 정부의 환시장 개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 주요 20개국(G20) 등은 글로벌 경기회복과 금융안정을 위한 구체적인 방향성에 대해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통화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
▼일본은 기업의 국내외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법인세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국제적으로 기업의 법인세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이런 흐름은 맞다고 봅니다. 일본 기업들은 엔고와 대지진 피해 등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법인세를 낮춰야 한다는 데 공감합니다. 일본의 법인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가장 높은 편입니다. 정부는 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들도록 법인세를 더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측면에서 중소업체들엔 별 도움이 없을 것으로 봅니다. "
▼일본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원전 사고로 인접국가들에 많은 피해를 줬습니다. 이 점은 정말 미안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루빨리 방사성 물질을 차단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사고를 통해 원전에 대해 위험성을 재인식하게 됐습니다. 태양광,지력,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가 주 에너지자원으로 자리잡아야 합니다. 일본 정부는 원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책을 세우고 있습니다. "
▼한 · 일 관계가 많이 좋아졌으나 여전히 불편함이 존재합니다.
"정치적인 부문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일본은 과거의 잘못된 역사를 바로 보고 반성해야 합니다. 한 · 일 관계가 서로의 이익을 위해 좋은 방향으로 진행돼야 합니다. 그동안 문화적인 면에선 많은 성과가 있었죠.여기서 멈추지 말고 더욱 가속화해서 한 · 일 양국은 더 넓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문화에서 교육 등으로 확대돼야 합니다. 내가 제시한 '캠퍼스 아시아 구상'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대학들이 국경을 허물고 활발한 교류를 통해 서로의 오해를 허물 수 있을 것입니다. "
▼인재포럼에서 강조한 '캠퍼스 아시아'의 목표는.
"일본과 한 · 중 대학생들이 공통 커리큘럼에 따라 상대국 대학에 머물며 공부해도 학점을 인정하자는 제도입니다. 인재 양성은 동북아 3개국의 영원한 숙제이자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50개 이상의 대학이 신청했고 이달 중 세부 프로그램을 확정하면 올해 안에 교류가 본격화될 것으로 봅니다. 현재 학점 상호 교환과 성적 평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정해졌고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서울대 등 10개 대학이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
◆ 하토야마는 50년 만의 정권교체 이룬 '일본판 케네디家' 출신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의 가문은 일본의 '케네디 가(家)'로 불릴 정도로 유명하다. 조부인 하토야마 이치로(鳩山一郞)는 1954년에 총리를 지냈으며 1955년 현재의 자유민주당 창당을 주도했다. 부친은 하토야마 이이치로(鳩山威一郞) 전 외상이다. 증조부가 귀족원(현 참의원)을 지냈기 때문에 4세 세습의원인 셈이다. 2009년 5월 제1야당인 민주당 대표가 돼 중의원 총선을 승리로 이끌며 당시 집권당인 자민당을 꺾고 '50년 만의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총선 뒤 총리가 됐고 이듬해 6월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부인 하토야마 미유키 여사는 일본의 여배우 등용문인 다카라쓰카(寶塚) 극단 출신이며 슬하에 1남을 두고 있다.
△1969년 도쿄대 공대 졸업△1976년 미국 스탠퍼드대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1986년 중의원 첫 당선(홋카이도 4구)△1993년 자민당 탈당,신당사키가케 결성△1998년 민주당 창당,간사장 대리△2005년 중의원 당선(홋카이도 9구 · 8선),민주당 간사장△2009년 민주당 대표 · 총리 △현 민주당 최고고문
대담=이재창 정치부장
정리=장성호/강경민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