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하며 이웃간 情도 쌓고 돈도 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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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값은 내시고 싶은 만큼만 내세요. "

지난 4일 서울 서교동 태복빌딩 1층에 자리잡은 '문턱없는밥집'. 한 손님이 점심식사를 마친 후 계산대 앞에 다가서자 심재훈 문턱없는밥집 대표(48)가 조그마한 모금통을 손님에게 내밀었다. 심 대표는 "우리 가게 점심식사에는 따로 가격이 책정돼 있지 않다"며 "손님 형편껏 내주시는 게 오늘의 점심값"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문턱없는밥집은 친환경 식재료로 음식을 조리해 판매하는 사회적기업이다. 낮 12시부터 1시반까지 된장,호박볶음,열무김치 등이 들어간 시골 비빔밥을 제공한다.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는 청정 유기농산물로 조리한 된장찌개,청국장,황태구이 등을 내놓는다.

◆마포구청서 소식지 발간

문턱없는밥집은 마을 공동체형 사회적기업이다. 지역주민들이 찾아와 식사한 뒤 값을 치르면 그 수익금으로 지역 농촌 공동체로부터 유기농산물을 사온다. 구입한 유기농산물은 다시 지역주민들을 위한 음식재료로 쓰이는 일종의 선순환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심 대표는 "마을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농촌을 살리고 주민들의 건강도 챙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문턱없는밥집은 변산공동체,두레생협,한국생협연대,한살림,홍성유기영농조합 등 농촌공동체들과 계획재배를 하고 있다. 연초에 한 해 동안 생산할 채소량을 미리 정하고 세부 공급계획을 세워둠으로써 농민들이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식당은 한 해 동안 농촌공동체로부터 1억5000만원에서 2억원가량의 식재료를 구입한다. 변산공동체의 한 관계자는 "직접 재배한 농산물이 좋은 목적에 쓰여 마을 사람들 모두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문턱없는밥집을 찾는 손님은 점심 때에만 70여명.가게문을 연 초기 입소문을 타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았으나 지금은 한 번 방문했던 손님들이 직장동료나 친구를 데리고 다시 찾을 정도다.

마포구청도 문턱없는밥집에 도움을 주고 있다. 금전적 지원은 고용노동부에서 하고 있어 마포구는 소식지를 통해 지역사회에 밥집을 소개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사회적기업 홍보페스티벌'을 홍익대 앞에서 개최하는 등 사회적기업에 대한 홍보행사를 열고 있다.

◆'애정' 못지않게 '지원'도 절실

충북 청주의 '함께사는우리'는 임대아파트 주민들이 만든 사회적기업이다.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가져다 판매하는 마을장터(깨맛꼬치),도서관과 공부방 등을 운영하는 문화공간(들꽃),아파트 베란다나 옥상 등에 상추 파 등 텃밭을 일궈주는 도시생태농업(거북이) 등 마을 주민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곳은 공기업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공부방 등 문화공간 개설에 한 곳당 2000만원씩 지원받았다.

마을공동체로 유지되는 사회적기업들의 형편은 넉넉지 않다. 문턱없는밥집은 점심값을 손님들이 직접 정하다보니 수익면에선 겨우 적자를 면하는 정도다. 심 대표는 "올 상반기 손님 한 명당 점심값으로 지불한 평균 금액은 2600원 선"이라며 "인천에 개설한 2호점은 경영악화로 이달 말 영업을 그만둬 씁쓸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손님들이 보여주는 애정만큼 사회적기업에 대한 기업과 지자체의 관심,지원도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동욱 기자 ins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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