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지원" 러ㆍ中ㆍ日 설득작전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사진)가 취임 이후 첫 시험대에 올랐다. 재정위기에 처한 유로존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IMF 재원 확충이 그의 외교 중재력에 달렸기 때문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유로존 구제금융 자금 마련을 위해 7일 러시아를 방문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중국과 일본도 차례로 들를 예정이다. 라가르드는 이틀 동안 모스크바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을 비롯해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등과 만나 유로존 위기 타개책을 논의한다.

러시아 정부는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라가르드 총재가 유럽 재정위기 문제와 세계 금융시스템 개혁에 관한 추가 조치들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유로존을 지원할 용의가 있지만 IMF를 통해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여러 국가가 자금을 분담하는 특별 용도의 기금을 IMF가 조성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러시아가 포함된 신흥개발국 '브릭스(BRICs ·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는 유로존 지원에 긍정적이다. 하지만 지원 의사만 거듭 밝힐 뿐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 이들은 지원분만큼 IMF 내 자국의 의결권 확대를 바라고 있다. 중국은 유럽연합(EU)으로부터 시장경제국 지위까지 인정받으려 한다.

반면 미국과 독일 등 IMF에서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강대국들은 신흥국들의 추가적인 지분 확대와 영향력 강화를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3~4일 프랑스 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IMF 재원 확충 원칙만 확인하는 데 그치고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이유다.

프랑스 재무장관 출신인 라가르드 총재로선 이런 신흥국들과 강대국들의 입장을 조율해 최대한의 구제금융을 마련하는 게 과제다. 신흥국 가운데서도 1000억달러를 지원할 여력과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 정부를 설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6월 중국은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IMF 총재의 후임으로 막판에 라가르드를 지지해 힘을 실어줬다. 브라질과 러시아 등이 지원할 수 있는 규모는 많아야 각각 100억~200억달러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라가르드 총재는 칸에서 "회원국들은 위기 때 IMF가 최대한의 실탄을 갖추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하자고 말했다"며 "향후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재원 확충 규모에 제한을 두는 것은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