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복권의 1등 당첨 확률은 814만분의 1이다. 막연히 "한번 걸리겠지" 기대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80㎏ 쌀 한 가마니에 들어 있는 쌀알은 260만~300만개쯤 된다. 쌀 세 가마니를 쏟아놓고 검은 쌀을 한 톨 섞은 뒤 눈을 가린 채 그것을 집어들 확률과 맞먹는다. 부산에서 동대구까지 고속도로에 1원짜리 동전을 일렬로 죽 늘어놓고 그 중 하나를 무심코 집을 확률과도 비슷하다. 매주 10만원어치씩 3120년 동안 사야 한 번 당첨될까말까 하단다.
연금복권 당첨 확률은 그보다는 좀 높다. 발행 장수가 630만장으로 로또보다 적은데다 1등이 2명이므로 확률은 315만분의 1이다. 하지만 연금복권 역시 평생에 걸쳐 매주 산다 해도 당첨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복권에 목을 매는 사람들은 계속 늘고 있다. 이른바 '명당'앞엔 매주 장사진을 이루고 당첨 확률이 높다는 번호를 돈 받고 전송해주는 서비스가 성행한다. 죽어도 안되는 일에 죽어라 하고 매달리는 격이다.
복권위원회는 올해 복권 판매액이 작년의 2조5250억원보다 5000억원 정도 늘어나 총 3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한다. 로또 매출이 급반등한 데다 연금복권 열풍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렇다 보니 복권 중독자까지 생기는 모양이다. 재미 삼아 샀다가 "안 되면 말고"가 아니라 "이번엔 꼭 당첨될 것"이란 근거 없는 확신에 사로잡혀 한 주라도 거르면 불안해하는 경우다. 복권 구입자 중 20%가 중독자란 조사도 있다. 증상은 도박 중독과 비슷하다. 복권을 샀다고 당당하게 밝히지 못한다,구매 금액과 횟수가 자꾸 늘어난다,다른 여가활동은 거의 하지 않고 복권 생각으로 시간을 보낸다,당첨이 안되면 복권관련 회사를 헐뜯는다 등이다.
복권도 사행(射倖)산업이긴 하지만 도박과는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바카라 고스톱 같은 도박에선 '기술'이 작용하는 반면 복권은 무작위 확률 게임이라 중독성이 작다는 거다. 그래서 '복권 및 복권기금법'에도 당첨 기회가 오직 확률,즉 운에 의해 결정돼야 하고 다른 사행 업종과 같이 당첨 기술이 간여될 여지가 없어야 된다는 개념이 들어 있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연금복권이 매주 매진되고,월 400만원 이상 소득자의 구입 비중이 30%선까지 증가했다는 건 지나치다. 늘어나는 수명에 앞날이 막막한 탓이라지만 너도나도 복권으로 위안받으려는 세태가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