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인 코리아] 특1호텔에 부는 호주계 총지배인 '바람'
오세아니아 출신 지배인들이 서울 시내 주요 특1급 호텔들을 점령하고 있다. 올 들어 각 호텔을 총괄 지휘 · 감독하는 '사령관'격인 총지배인 자리에 호주와 뉴질랜드 출신들이 잇따라 부임하고 있어서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7일 "지난 6월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서울의 총지배인으로 부임한 사이먼 벨(호주)을 시작으로 노보텔앰배서더강남(마이크 브라운 · 호주),W서울워커힐(그렉 핀들레이 · 뉴질랜드)의 사령탑이 차례차례 오세아니아계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의 '호텔매니저'로 발령장을 받은 대런 모리시(호주)도 경력으로 보나 실제 맡은 업무로 보나 총지배인급이다. 그랜드인터컨티넨탈과 코엑스인터컨티넨탈 등 2개 호텔을 총괄하고 있는 카말 샤우이 총지배인(프랑스 국적 · 호주 영주권자)이 '맏형'인 그랜드인터컨티넨탈에 집중하고,모리시 매니저가 코엑스인터컨티넨탈을 챙기고 있다. 모리시 매니저는 '라마다호텔 오사카' 등 4~5개 호텔의 총지배인을 역임한 베테랑 호텔리어다.

여기에 21년째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의 총지배인으로 일하고 있는 피터 월쇼(뉴질랜드)와 지난 9월 문을 연 서울 신도림역 쉐라톤디큐브시티호텔의 초대 총지배인 데이비드 커든(호주 · 2010년 10월 부임)을 더하면 오세아니아 출신 총지배인은 6명(모리시 매니저 포함)으로 늘어난다. 2~3년 전만 해도 서울에 자리잡은 20여개 특1급 호텔 중 호주 · 뉴질랜드 출신이 총지배인으로 일하는 곳은 그랜드하얏트호텔 1곳뿐이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글로벌 호텔 체인이 직접 운영하는 서울시내 특급호텔 중 올 들어 총지배인이 교체된 곳은 거의 다 오세아니아 출신이었다"며 "더플라자(유지 히라하라 · 일본)와 쉐라톤그랜드워커힐(김연수 · 한국)도 올해 총지배인을 교체했지만,운영주체가 글로벌 호텔기업이 아닌 각각 한화와 SK 등 대기업 계열이란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호주 · 뉴질랜드 출신 총지배인의 잇따른 한국행(行)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단순한 '우연의 일치'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상당수는 "한국의 호텔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인과 감성적으로 비슷한 아시아 각국 근무 경험이 많은 오세아니아 출신 베테랑들을 투입하기 시작한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호주 · 뉴질랜드는 미국 · 유럽 못지않은 '호텔 강국'인 데다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유로 이곳 출신들이 아시아의 주요 관광지와 비즈니스 중심지 호텔에 포진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브라운 총지배인은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지에서 오랜 경험을 축적했으며,핀들레이 총지배인과 커든 총지배인 역시 인도네시아 태국 등지에서 주요 경력을 쌓았다. 모리시 매니저도 아시아에서 호텔리어로서의 기반을 닦았다.

노보텔앰배서더강남 관계자는 "오세아니아 출신 총지배인은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일하면서 아시아의 정서를 몸으로 익힌 데다 한국인 손님도 많이 대해 본 덕분에 별다른 이질감은 느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