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 "9회말 투아웃에도 역전…기업도 '긴장 끈' 풀면 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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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투데이
야구와 경영은 닮은꼴
2등도 포기 않고 달리면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어
초보 사장…운이 좋다고?
133게임 모두 지켜봐…긍정의 힘 앞세워 감동 승부
야구와 경영은 닮은꼴
2등도 포기 않고 달리면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어
초보 사장…운이 좋다고?
133게임 모두 지켜봐…긍정의 힘 앞세워 감동 승부
"9회말 투아웃에도 뒤집히는 게 야구 아닙니까. 잘 된다고 해서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되고,반대로 잘 안된다고 낙심할 필요도 없습니다. "
2011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삼성라이온즈의 김인 사장(62)은 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야구와 기업 경영은 많은 점에서 닮았다고 했다. 그는 "경영학에서 운동 경기,특히 야구의 예를 많이 드는 것은 이유가 있다"며 "잘나가는 기업도 긴장의 끈을 푸는 순간 밀려나게 마련이고,반대로 포기하지 않고 달리는 2등은 얼마든지 '역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누가 한발 먼저 가느냐가 승패 결정"
올해 삼성라이온즈가 추구한 공격 야구의 핵심은 스피드로 이 역시 기업경영과 닮은꼴이라고 했다. "공격과 수비의 싸움은 누가 한발 먼저 가느냐로 결정됩니다. 내야수가 한발짝 전진해 볼을 잡으면 아웃시킬 수 있지만 뒤로 물러나면 주자를 살려주기 십상입니다. 기업들의 부침을 보면,경영도 누가 한발 먼저 앞으로 나아가느냐에서 승패가 갈리는 것 같습니다. "
2003년부터 8년간 삼성SDS 사장을 지낸 그는 지난해 말 삼성라이온즈 사장으로 임명됐다. 초보 야구단 경영자가 첫해에 우승을 일궈내면서 지인들은 "운이 좋다"는 농담을 건네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올해 삼성야구단이 치른 페넌트레이스 133게임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지켜보며 애간장을 끓였다. 한번도 경기에 지각하거나 경기가 끝나기 전에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시즌 중에는 분당 집과 지방 호텔 가운데 어디서 잠을 더 많이 잤는지 헷갈릴 정도다.
"올초 류중일 감독에게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경기 때 겪는 긴장과 고통을 줄곧 함께 느끼겠다고 했더니 '잘 안될 겁니다'라고 하더군요. 사실 경기를 지고 있거나 득점 기회를 못살릴 때면 초조해서 자리를 박차고 나오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잘 견뎌냈습니다. "
◆"야구나 기업이나 조직문화가 중요"
김 사장은 "우승의 공은 모두 류 감독과 선수들의 몫"이라고 했다. "기업 경영도 그렇지만 야구도 사람이 제일 중요하고,사람 못지않게 중요한 게 조직의 컬러,조직문화입니다. 기량이 100인 사람이 110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풍토나 문화가 있는가 하면,어떤 이유에선지 기량을 90밖에 발휘하지 못하는 조직도 있죠.거기에 긍정의 힘이 보태지면서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
그는 "절반 이상의 승리를 역전승으로 장식한 것은 어떤 경우라도 포기하지 않는 근성에다 긍정의 힘이 합쳐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관중석에 앉아 '이길 수 있다'고 마음속으로 몇 번 외치고 나면 신기하게도 역전을 이뤘다고 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한국시리즈 5차전 경기에서 삼성이 우승을 확정지은 후 류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수고했습니다"라고 격려했다. 김 사장은 "처음있는 일로 안다"며 "추측컨대 감동을 주는 경기여서 그러시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4회에 강봉규 선수의 홈런으로 1점을 낸 뒤 9회까지 그 점수를 지켜내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타격전도 재미있지만 간발의 점수차를 명수비로 극복하는 것도 다이내믹하고 드라마틱하죠.젊은 선수들이 이렇게 큰 시합에서 조금도 흐트러짐없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이 회장께서 박수를 보내고 싶었던 것 아닌가 짐작해 봅니다. "
이 회장은 1993년 신경영 선언 후 야구와 럭비,골프를 '삼성의 3대 스포츠'로 정했을 만큼 야구에 대한 애정이 깊다. 야구를 통해 팀플레이 정신과 통계,포수의 희생정신 등을 배울 수 있다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평소 '재미있는 야구,감동을 주는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 팬들이 고객이니 팬들을 생각하는 야구를 하는 게 맞지 않겠냐는 얘기를 했다"고 소개했다.
◆"조금 짧게 잡으면 정확해진다"
삼성라이온즈 팬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고 하자 "팬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여기까지 왔고 그저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즌 시작 때만 해도 4강 안에만 들어가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처음부터 독주한 게 아니라 재미있는 야구를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선두로 치고 올라가는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했다.
김 사장은 "이 회장께서 신경영을 선언하면서 얘기한 결코 포기하지 않는 정신,설령 질 때 지더라도 박수 받으면서 질 수 있는 그런 페어플레이 정신,스포츠 정신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기하지 않는 야구,재밌는 야구를 하면서 꼭 한국시리즈 3연패를 이루고 싶다고 했다.
그는 "우승 인사차 김범일 대구시장을 찾았더니 카퍼레이드 얘기를 하기에 3연패 후에는 하겠다고 했다. 류 감독한테도 그렇게 당부했다"며 밝게 웃었다.
김 사장은 야구단 사장 하면서 배운 골프 팁도 소개했다. "야구 배트를 짧게 잡아도 정확하게 가운데 맞히면 얼마든지 홈런을 칠 수 있습니다. 골프 드라이버도 조금 짧게 잡으면 타이밍과 정확도를 높일 수 있고 방향성이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경남 창녕 출신의 김 사장은 대구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1974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프랑크푸르트 지점 부장을 거쳐 그룹 회장비서실에서 인사팀장을 역임했고 서울 신라호텔 총지배인으로도 일했다.
김수언/정인설 기자 sookim@hankyung.com
2011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삼성라이온즈의 김인 사장(62)은 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야구와 기업 경영은 많은 점에서 닮았다고 했다. 그는 "경영학에서 운동 경기,특히 야구의 예를 많이 드는 것은 이유가 있다"며 "잘나가는 기업도 긴장의 끈을 푸는 순간 밀려나게 마련이고,반대로 포기하지 않고 달리는 2등은 얼마든지 '역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누가 한발 먼저 가느냐가 승패 결정"
올해 삼성라이온즈가 추구한 공격 야구의 핵심은 스피드로 이 역시 기업경영과 닮은꼴이라고 했다. "공격과 수비의 싸움은 누가 한발 먼저 가느냐로 결정됩니다. 내야수가 한발짝 전진해 볼을 잡으면 아웃시킬 수 있지만 뒤로 물러나면 주자를 살려주기 십상입니다. 기업들의 부침을 보면,경영도 누가 한발 먼저 앞으로 나아가느냐에서 승패가 갈리는 것 같습니다. "
2003년부터 8년간 삼성SDS 사장을 지낸 그는 지난해 말 삼성라이온즈 사장으로 임명됐다. 초보 야구단 경영자가 첫해에 우승을 일궈내면서 지인들은 "운이 좋다"는 농담을 건네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올해 삼성야구단이 치른 페넌트레이스 133게임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지켜보며 애간장을 끓였다. 한번도 경기에 지각하거나 경기가 끝나기 전에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시즌 중에는 분당 집과 지방 호텔 가운데 어디서 잠을 더 많이 잤는지 헷갈릴 정도다.
"올초 류중일 감독에게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경기 때 겪는 긴장과 고통을 줄곧 함께 느끼겠다고 했더니 '잘 안될 겁니다'라고 하더군요. 사실 경기를 지고 있거나 득점 기회를 못살릴 때면 초조해서 자리를 박차고 나오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잘 견뎌냈습니다. "
◆"야구나 기업이나 조직문화가 중요"
김 사장은 "우승의 공은 모두 류 감독과 선수들의 몫"이라고 했다. "기업 경영도 그렇지만 야구도 사람이 제일 중요하고,사람 못지않게 중요한 게 조직의 컬러,조직문화입니다. 기량이 100인 사람이 110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풍토나 문화가 있는가 하면,어떤 이유에선지 기량을 90밖에 발휘하지 못하는 조직도 있죠.거기에 긍정의 힘이 보태지면서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
그는 "절반 이상의 승리를 역전승으로 장식한 것은 어떤 경우라도 포기하지 않는 근성에다 긍정의 힘이 합쳐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관중석에 앉아 '이길 수 있다'고 마음속으로 몇 번 외치고 나면 신기하게도 역전을 이뤘다고 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한국시리즈 5차전 경기에서 삼성이 우승을 확정지은 후 류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수고했습니다"라고 격려했다. 김 사장은 "처음있는 일로 안다"며 "추측컨대 감동을 주는 경기여서 그러시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4회에 강봉규 선수의 홈런으로 1점을 낸 뒤 9회까지 그 점수를 지켜내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타격전도 재미있지만 간발의 점수차를 명수비로 극복하는 것도 다이내믹하고 드라마틱하죠.젊은 선수들이 이렇게 큰 시합에서 조금도 흐트러짐없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이 회장께서 박수를 보내고 싶었던 것 아닌가 짐작해 봅니다. "
이 회장은 1993년 신경영 선언 후 야구와 럭비,골프를 '삼성의 3대 스포츠'로 정했을 만큼 야구에 대한 애정이 깊다. 야구를 통해 팀플레이 정신과 통계,포수의 희생정신 등을 배울 수 있다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평소 '재미있는 야구,감동을 주는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 팬들이 고객이니 팬들을 생각하는 야구를 하는 게 맞지 않겠냐는 얘기를 했다"고 소개했다.
◆"조금 짧게 잡으면 정확해진다"
삼성라이온즈 팬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고 하자 "팬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여기까지 왔고 그저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즌 시작 때만 해도 4강 안에만 들어가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처음부터 독주한 게 아니라 재미있는 야구를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선두로 치고 올라가는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했다.
김 사장은 "이 회장께서 신경영을 선언하면서 얘기한 결코 포기하지 않는 정신,설령 질 때 지더라도 박수 받으면서 질 수 있는 그런 페어플레이 정신,스포츠 정신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기하지 않는 야구,재밌는 야구를 하면서 꼭 한국시리즈 3연패를 이루고 싶다고 했다.
그는 "우승 인사차 김범일 대구시장을 찾았더니 카퍼레이드 얘기를 하기에 3연패 후에는 하겠다고 했다. 류 감독한테도 그렇게 당부했다"며 밝게 웃었다.
김 사장은 야구단 사장 하면서 배운 골프 팁도 소개했다. "야구 배트를 짧게 잡아도 정확하게 가운데 맞히면 얼마든지 홈런을 칠 수 있습니다. 골프 드라이버도 조금 짧게 잡으면 타이밍과 정확도를 높일 수 있고 방향성이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경남 창녕 출신의 김 사장은 대구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1974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프랑크푸르트 지점 부장을 거쳐 그룹 회장비서실에서 인사팀장을 역임했고 서울 신라호텔 총지배인으로도 일했다.
김수언/정인설 기자 sookim@hankyung.com